한 일본인 유튜버가 한국의 지역축제를 방문했다가 비싼 먹거리 물가에 놀라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지역축제 바가지 상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엔데믹(풍토병화)에 국내외 여행객들이 전국 각지로 몰리는 가운데 당국과 지자체가 바가지요금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오뎅 한 그릇에 만원?" 발길 돌린 日 유튜버
일본인 유튜버 '유이뿅'은 지난 28일 전남 여행기를 담은 '하필 왜 이런 날에 한국 여행 온 거야'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구독자 6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해당 유튜브 채널은 일본인 유튜버 유이뽕이 한국과 관련된 여행기, 먹방(먹는 방송) 등을 다루며 국내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해당 영상에서 유이뿅은 함평군을 찾아 함평나비대축제 현장에 간 모습을 담았다. 유이뿅은 자체 여행 규칙을 세워 함평군에서는 8000원의 예산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돈으로 그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었다.
유이뿅이 포장마차 상인들에게 음식 가격을 물었더니, 갯고둥 한 컵 5000원, 돼지고기 바비큐 4만원, 오뎅 한 그릇 1만원 등이었다. 유이뿅은 상인에게 어묵 5000원어치만 살 수 없냐고 물었지만 "그렇게는 팔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유이뿅은 "한국 물가 실화냐.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그는 이후 4000원씩인 번데기 한 컵과 소시지 한 개를 사 먹었다.
이런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하자 지역 축제 바가지 상술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저 사람들 대부분 현지 업체 아니고 전국 축제장 돌면서 퀄리티 떨어지는 음식으로 가격만 올려놓는 장사꾼들"이라며 "이런 바가지 상인들을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 철 장사다", "싫으면 안 먹으면 된다" 등 이해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대체로 "아무리 행사라지만 바가지도 정도껏 해야지", "이러니까 다들 외국 가지", "지역 축제가 아니라 바가지 축제다", "한 철 장사여도 적당히 해야 한다", "물가의 1.5배로 제한을 두던지 너무하다' 등 반응을 통해 개선을 촉구했다. '바가지요금과의 전쟁'
지역축제 상술 논란은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 지난 3월에는 벚꽃을 보러 진해군항제를 찾은 한 관광객이 양이 얼마 되지 않는 5만원짜리 돼지고기 바비큐에 대한 후기를 블로그에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다른 관광객들도 어묵 하나에 3000원, 종이컵에 든 구운 오징어 1만원 등 높은 가격을 비판한 바 있다.
이밖에 전국 각지 축제에서 잇따른 지적과 우려에 당국과 지자체가 나섰으나, 바가지요금 논란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6월을 '2023년 여행가는 달'로 추진하면서,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및 전국 지역·업종별 관광협회와 6월 전후로 바가지요금 등 불공정행위와 환대서비스·청결·안전관리 등 전국 관광 접점의 여행 수용 태세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북 남원시는 지난 25~29일 춘향제 기간 바가지요금 근절 등 물가 안정 캠페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순천시도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특수를 노리고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린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합동 단속 및 지도·점검에 나선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