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익숙하지 않은 ‘골린이’라면 최근 헷갈릴 만한 일이 있었다. 지난 21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은 악천후로 1라운드가 네 시간 지연되면서 파행 운영됐다. 반면 28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채리티 오픈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비가 내린 건 똑같은데, 왜 다른 결정을 내렸을까. 날씨로 인한 경기 중단 및 진행 여부는 대회조직위원회가 결정한다. 세계 골프 규칙을 만드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날씨로 인한 경기 진행 여부에 대해 골프규칙 5.7에 ‘위원회가 플레이 중단을 선언한 경우’라고만 적어놨다. 강수량이나 바람 세기 등 세부 기준은 없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날씨, 풀, 지형 등 그날그날의 자연에 맞추는 운동이다. 그래서 비가 와도 웬만하면 그냥 친다. 하지만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안개가 그렇다. SK텔레콤 오픈 1라운드가 네 시간 가까이 미뤄진 것도 안개 때문이었다. 공이 날아가는 게 보이지 않으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어서다.
두 번째는 낙뢰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물론 골퍼도 경기를 중단할 수 있는 경우가 ‘낙뢰 위험이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을 때’다. 골프 규칙(5.7a)에 그렇게 쓰여 있다. 전기가 잘 통하는 스틸로 만든 골프클럽을 높이 들면, 그게 바로 피뢰침이 된다. 이런 위험을 감지한 선수는 가능한 한 빨리 낙뢰 위험을 위원회에 보고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격당할 수 있다고 적시한다. 이 밖에 빗물이 벙커나 페어웨이, 러프에 고여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리기 힘들 때 조직위의 판단에 따라 경기를 중단하기도 한다.
골프와 같은 야외 종목 중 크리켓은 비가 한 방울만 내려도 대회 개최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크리켓은 그라운드에서 공을 바운드시켜 배트로 타격해 득점하는 스포츠다. 비가 오면 땅이 젖고 바운드가 되지 않아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크리켓은 비가 많이 내려도 웬만해선 다음으로 미루지 않는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쿠웨이트-몰디브 경기는 동전 던지기에서 승리한 쿠웨이트가 8강에 진출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