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기반한 가치투자를 지향하던 1세대 전업 투자자와 달리 투자 심리와 차트까지 분석해 종목을 고르는 2세대 전업 투자자가 늘고 있다. ‘신(新)슈퍼개미’라 불리는 이들은 사무실을 갖추고 대학생 인턴까지 고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등한 2020년 이후 펀드매니저를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돌아선 사례도 많다.
분업 체계 만들고 인턴도 고용2세대 전업 투자자들은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게 1세대 투자자와 다른 점이다. 30~40대 개인 투자자가 주축이 돼 사무실을 마련하고 대학생 인턴이 가져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판단을 한다. 자금 여력이 있는 ‘큰손’에게 종목을 홍보하기도 한다.
투자 경력 10년인 2세대 전업 개미 A씨는 “애널리스트가 종목을 발굴하고 이를 펀드매니저에게 홍보해 매수세를 만듦으로써 주가를 올리는 증권가의 일반적인 분업 형태를 전업 사무실 단위에서 구현하는 것”이라며 “대학생 인턴이 능력을 보이면 일부 자금의 운용을 맡기고 도제식으로 교육해 주축 인력으로 키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류 증권업계와는 다른 방법으로 종목을 평가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실적 분석을 주로 담았다면 이들은 실적에 앞서 센티멘털(투자심리)을 더 중요하게 보고 차트에 대한 기술적 분석을 한다.
전업 투자자 B씨는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저평가주는 만년 저평가주에 머무르는 사례가 많다”며 “실적만 놓고 종목을 판단하면 밸류트랩(저평가 국면 장기화)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평가 종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기회비용을 감수하기보다는 센티멘털이 좋은 업종에서 적극적으로 재료를 찾아 수익을 내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2세대 전업 투자자들은 센티멘털을 파악하기 위해 네이버트렌드와 구글트렌드를 활용한다. 맘카페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샅샅이 훑어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급등했던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주가 센티멘털에 의한 상승 사례로 꼽힌다. 법원 판결 등 사건 발생을 계기로 그 종목에 관심이 얼마나 쏠릴지 예측하기도 한다. “투기적 매매 방식” 비판도2세대 전업 투자자들은 매수·매도 시점을 잡는 데 차트 움직임, 시장 참가자들의 매매 행태 등을 참고한다. 차트를 볼 때 많이 참고하는 지표는 이동평균선(이평선)과 이격도다. 이평선은 명시된 거래일 동안 주가 평균을 연결한 선이다. 이격도는 주가가 이평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정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이격도 ±20%는 이평선을 중심으로 ‘20% 하락~20% 상승’ 범위를 의미한다. 20% 하락 지점은 추가 하락을 막는 지지선, 20% 상승 지점은 추가 상승을 좌절시키는 저항선이 된다.
이평선과 이격도 적용 기준은 종목 특성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베타(변동성)가 큰 코스닥시장 종목은 이격도를 ±30%로 크게 놓고 판단하고, 시총이 커서 베타가 작은 종목은 ±12%로 놓는 식이다.
전업 투자자 C씨는 “관심 종목의 주가가 오를 때 개인이 추종 매수하면 이 종목이 과매수 구간에 들었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차익을 실현한다”며 “뉴스나 증권가 텔레그램에서 너무 많이 언급될 때, 부실한 종목이 같은 센티멘털로 묶였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를 때 등도 매도 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들의 투자 방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50대인 1세대 슈퍼개미 D씨는 “센티멘털에 기반한 단기 투자는 투기적”이라며 “최근 젊은 전업 투자자들은 코인으로 투자를 배워서 그런지 다소 위험한 매매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