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더블보기, 다 잡은 우승 놓치나 했지만…그리요, 연장 끝 우승

입력 2023-05-29 14:20
수정 2023-06-28 00:01

1개 홀을 남겨두고 2타 차 선두, 우승이 바로 코 앞에 다가온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홀 티샷은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뻔 했다. 다행히 연장에서 골프의 여신은 그의 손을 잡아줬고 투어 2승에 성공했다. 29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찰스 슈왑 챌린지(총상금 870만달러)에서 우승한 에밀리아노 그리요(30.아르헨티나)가 주인공이다.

그리요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720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2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8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그리요는 애덤 솅크(미국)와 두번에 걸친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PGA투어 첫승을 올린지 7년 7개월 10일만에 추가한 우승이다.

루키시절, 그는 날리던 선수였다. 2015년 10월 열린 콘페리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정규투어 카드를 따낸 그는 2주 후에 열린 PGA투어 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곧바로 우승했다. 2013년 소니오픈 우승자인 러셀 헨리에 이어 두번째로 공식 투어 멤버로서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7년여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는 순탄하게 잡히는 듯 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그리요는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잡아냈다. 자신의 약점이던 퍼팅이 이날은 빛을 발했다. 이 대회를 시작할때 PGA투어에서 퍼팅부분 순위 134위였지만 이 대회에서는 2위까지 뛰어올랐다. 12번홀(파4)에서는 5m 버디퍼트를, 16번홀(파3)에서는 6m 버디퍼트를 각각 잡아냈다. 2위 그룹과 2타 차이까지 벌리며 순탄하게 우승하는듯 했다.


위기는 마지막홀에 찾아왔다. 18번홀(파4) 그리요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며 수로에 빠져버린 것. 공은 물길을 따라 하염없이 내려갔다. 약 5분간 물을 따라가던 공은 첫 낙하지점보다 50야드나 더 흘러간 뒤에야 나뭇잎에 걸려 멈춰섰다.

결국 그리요는 벌타를 받고 처음 공이 떨어졌던 지점인 카트도로에 공을 드롭을 하고 경기를 이어갔다. 티샷으로 멘털이 흔들린 탓인지 숏게임도 무뎌졌고 결국 더블보기로 경기를 마쳤다. 다 이긴듯한 경기였지만 솅크에 동타를 허용하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 첫홀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이들은 16번홀(파3)에서 2차전을 펼쳤다. 이번에도 그리요의 티샷은 조금 어긋났다. 하지만 '나이스 미스'였다. 그린 주변부를 맞은 공은 경사를 타고 내려와 홀 1.4m옆에 붙었다.

반면 솅크의 티샷은 그린을 벗어나 러프에 떨어졌다. 솅크가 정교한 칩샷으로 공을 1m옆에 붙이며 반전을 시도했지만 골프의 여신은 그리요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요는 1.4m의 버디퍼트를 놓치지 않았고 긴 기다림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승까지의 기다림은 힘들었다. 그래도 그리요는 "모든 순간이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이 확정되자 골프를 시작했을 때의 감정, 그간의 연습 시간, 가족들의 노력 등 모든 것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며 "모든 것이 소중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감격했다.

1∼3라운드 사흘 연속 톱10에 들었던 안병훈은 이날 4타를 잃고 공동 21위(1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버디 2개, 버디 5개로 3타를 잃은 김시우는 최종 합계 이븐파 280타인 공동 29위로 마감했다. 이경훈은 5오버파 285타로 공동 57위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