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PXG의 돌풍…골프공 시장도 뒤흔들었다

입력 2023-05-29 16:28
수정 2023-05-30 11:29

보수적인 골프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안고 시작하는 페널티는 생각보다 크다. 골퍼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다. 이 때문에 여간해선 신생 브랜드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드라이버를 제외한 클럽들의 교체 주기가 3~4년 이상으로 긴 것도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2016년 카네(PXG 클럽 한국 공식 에이전시)가 미국 신생 브랜드 PXG를 들여온다고 했을 때 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당시 PXG는 이제 겨우 태어난 지 2년이 지난 브랜드였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국내 진출 4년여 만인 2020년에 PXG 클럽을 판매하는 카네와 PXG 어패럴을 만드는 로저나인의 매출은 1080억원을 기록해 ‘1000억 클럽’에 가입했다. 2021년에는 두 법인의 매출이 1590억원에 달했다.

PXG는 출범 10주년을 앞둔 올해 또 한 번 도전장을 냈다. 그것도 골프용품 시장에서도 가장 벽을 깨기 힘들다는 골프공 시장이었다.

PXG는 지난 3월 자사 첫 골프공 PXG 익스트림(PXG Xtreme) 출시를 발표하며 “골프클럽과 어패럴로 거둔 성공 경험을 골프공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카네 관계자는 “출시와 함께 초도 물량이 모두 동났고 2차 주문을 급히 넣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지난 두 달간 판매한 골프공은 약 3만 더즌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후발 주자인 만큼 경쟁사들과 차별점을 둔 게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PXG는 공의 피스(piece)나 소재로 상품 라인을 다각화하는 기존 용품사들과 달리 1개 제품(3피스)만 내놓는 승부수를 띄웠다. 또 최근 대부분의 브랜드가 천편일률적으로 부드러운 타감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PXG 익스트림은 자체 개발한 코어로 ‘솔리드’한 느낌을 줬다. PXG 익스트림의 ‘특별한 손맛’은 골퍼들에게 호평을 얻었고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PXG가 골프공 개발을 준비한 것은 2013년 브랜드 론칭 때부터다. PXG 익스트림 골프공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약 10년이 걸린 셈이다. 브랜드 창립자인 밥 파슨스 PXG 회장은 “PXG는 무엇보다도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장하고 수년간 쌓인 데이터와 테스트를 활용해 마침내 PXG 이름에 걸맞은 골프공을 내놓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PXG 익스트림 골프공의 또 다른 특징은 ‘338 딤플 패턴’이다. 카네 관계자는 “338 딤플 패턴은 드라이버 비거리를 최적화하며 아이언 샷과 그린 주변에서의 웨지 샷을 할 때 최적의 스핀을 통해 높은 궤적을 만들어내는 공기역학적 설계 특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한의 비거리 구현과 뛰어난 컨트롤 샷에 특화된 제품으로, 모든 샷에서 일관적인 전달력과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제공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볼의 내부 소재는 빠른 스피드를 최적화하는 폴리부타디엔 코어가 적용됐고, 그 위에는 아이오노머(Ionomer) 레이어가 사용됐다. 겉표면 소재는 우레탄을 사용해 어프로치 샷과 그린 주변에서의 골프공 스핀 및 컨트롤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PXG 익스트림 골프공은 전국 PXG 공식 대리점과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 중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