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용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별도로 마련해야
환경부가 주도하는 소형 전기 트럭 확대 정책이 논란을 빚고 있다. 명분은 소형 트럭의 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지만 그 결과 운행 상 여러 불편함이 초래돼 보급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형 전기 트럭 보조금은 차 가격의 절반에 육박한다. 덕분에 한때 보조금 테크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구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차를 되팔면 오히려 보조금 차익을 거둔 탓이다. 이 경우 전기차 구매 당첨자(?)는 앉아서 수백 만원의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이유는 과도한(?) 보조금 탓이다. 여기서 '과도함'은 주행거리 대비를 의미한다. 사업용의 평균 주행거리가 승용 대비 많다는 점을 감안해 높은 보조금을 책정했지만 정작 구입 후 충전의 불편함을 겪으며 디젤 트럭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형 전기화물차 보조금은 2020년 처음으로 대당 2,700만원을 지급해 매년 보조금을 줄여왔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다. 일반 전기승용차 대비 차 값은 낮지만 보조금으로만 연간 1조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실제 환경 개선 효과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전기화물차 보급은 급증하지만 기존 운행하던 노후차 폐차율은 2.7%로 매우 저조하다. 이 말은 쓰던 디젤 트럭을 주로 사용하되 전기 트럭은 세컨드 사업용이라는 의미다. 적은 배터리 용량 탓에 중장거리 운행이 어려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다가 짧은 주행거리가 잦은 충전을 유발해 승용 전기차 이용자의 충전 불만도 끊이지 않는다. 개방형 충전기의 주력 이용자가 전기 트럭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서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전기차 충전인프라 현황 보고서(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인프라는 전년도에 이어 세계 1위다. 매년 충전인프라가 두 배로 증가하고 충전기당 전기차도 2대로 여유롭다. 충전기 평균출력 또한 7kw로 압도적이다. 세계 평균 값은 충전기당 10대, 2.4kw 수준이며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중국도 충전기당 8대, 3.4kw에 불과하다.
하지만 충전 현장에선 전기 화물차와 승용 전기차의 충전 전쟁이 펼쳐진다. 전기 화물차의 1회 충전 거리가 200km 내외로 짧은 데다 화물을 적재하고 히터나 에어컨을 켜자 충전 횟수가 증가한다. 게다가 제 아무리 고속 충전기라도 전기차가 받아들이는 충전 속도가 낮아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린다. 승용 전기차 구매자 중심으로 인프라 불편 얘기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보조금을 노린 중국산 소형 전기 화물차도 연일 밀려오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진 중국 기업에게 대당 2,000만원이 넘는 한국의 전기 트럭 보조금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BYD T4K를 중심으로 마사다 밴,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지리 전기 밴 등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환경부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은 전기 화물차를 보급하겠다며 예산 편성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무작정 보급이 아니라 사용자의 운행 패턴과 이용 편의성도 고려할 때가 됐다. 정부의 재정 여건과 소비자 요구사항, 배터리 성능, 충전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급 계획을 재수립할 때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1톤 소형 전기화물차 보급은 면밀한 검토를 통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 이용자 간의 충전 편의성을 놓고 예상치 못한 반목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