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건강e매일] 여름철 '以熱治熱' 조심하세요

입력 2023-05-28 17:53
수정 2023-05-29 00:06
무더운 여름철 ‘복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복달임 음식이다. 복달임 음식 중 유독 한국 사람에게는 삼계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하면서 삼계탕 한 그릇은 먹어야 한다는 것이 관례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열치열은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더위와 같은 서(暑)와 화열(火熱)은 당연히 한(寒)이나 냉(冷)으로 식혀야 한다. 바로 이한치열(以寒治熱)이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정치(正治)라고 한다. 올바른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열증(熱症)에 찬 약을 써서 열을 내리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조건은 바로 속도 뜨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겉과 속이 모두 뜨거우면 찬 약을 쓰는 것이 바른 치료법이다. 그래서 정치(正治)다.

예를 들면 무더운 여름날 수박화채, 냉면, 냉콩국수, 차가운 팥죽 등을 먹는 것은 이한치열로 인해서 더위를 식히는 방법이다. 온몸이 시원해진다.

그런데 겉에는 열증을 보이는데, 속은 냉한 경우가 있다. 이때 겉에 열증이 있다고 해서 찬 약을 쓰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이 경우는 겉은 열증이라도 속이 차기 때문에 도리어 열성약을 써야 한다. 겉의 증상은 가짜고 속의 원인이 진짜인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눈에 보이는 증상과 반대로 치료한다고 해서 반치(反治)라고 한다.

그런데 반치법으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고수의 치법’이라고 했다. 만약 반치를 잘못하면 사람을 죽인다고 했다. 문제는 요즘 누구나 반치법인 이열치열을 행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더운 여름철 인삼(혹은 황기)과 닭, 마늘, 대추 등 모두 열성 식품으로 구성된 삼계탕을 뜨겁게 먹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온열질환(일사병, 열사병, 열실신 등)에는 얼음이 필요한데도 무작정 뜨거운 기운의 열약(熱藥)을 쓰는 것과 같다. 걱정스러움이 없을 수 없다.

간혹 여름과일이나 빙과류 등 찬 것을 너무 많이 먹거나 속이 냉한 체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시적으로 이열치열을 시행해 볼 만하다. 그러나 항상 더위를 타고 땀이 많고 열감을 느끼는 경우에 뜨거운 삼계탕만 찾는다면 독약을 먹는 것과 같다. 무더운 여름에는 차고 시원한 식품으로 열을 식히는 것이 맞다.

만약 눈이 항상 충혈되고 두통, 발한과다, 안면홍조, 고혈압이 있으면서 화가 많고 뒷목이 뻐근한 열체질이 무더운 여름철 삼계탕을 즐긴다면 더위가 물러나기는커녕 혈압이 오르고 더위를 더 잘 타게 되면서 없던 병도 생길 것이다. 뜨거운 삼계탕을 먹고 나서는 땀을 흠뻑 내면서 시원하다고 좋아하지만 몸은 그저 갑자기 오른 체열을 식히기 위해서 땀을 흘리는 것뿐이다.

이열치열은 고수의 난치법이다. 특히 열체질에는 독이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