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빠르게 혁신할 줄 아는 ‘얼리어답터’ 국가입니다. 신기술 도입을 통한 한국의 발빠른 디지털 전환(DX) 사례를 다른 국가에 적용하겠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난 올리버 투직 시스코 글로벌파트너사업 수석 부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고객사뿐 아니라 정부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DX 전환을 대대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모범 사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스코는 2022회계연도(2021년 8월~2022년 7월)매출이 515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하는 네트워크 전문 기업이다. 투직 부사장은 시스코에서 해외 협력사와의 사업 생태계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부문에서만 이 회사 매출의 90%가 나온다. 지난해 시스코는 ‘파트너의 시대’를 천명하며 고객사 중심의 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원격 근무의 확산과 클라우드 서비스 보급으로 기업 전반에서 네트워크 관리 수요가 증가해서다.
투직 부사장은 해외 협력사와의 사업 확장에서 한국을 빠뜨려서는 안 되는 중요 시장으로 꼽았다. 한국을 DX 전환의 ‘롤모델’로서 신기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있어서다. 투직 부사장은 “한국은 정부가 클라우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을 뿐이라 광대역 통신망도 잘 구축돼 있다”며 “해외 업체가 아닌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가 많다는 점에서도 다른 국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성AI 분야에서도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스코는 생성AI 확산에 따른 네트워크 서비스 수요 증가에도 대비하고 있다. 투직 부사장은 “AI 기술의 원동력은 결국 데이터”라며 “시스코는 네트워크 환경 전반에서 엔드투엔드(E2E)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보안 솔루션에서도 머신러닝과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AI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직 부사장은 시스코의 기업문화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시스코는 지난달 경제매체인 포춘이 뽑은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1위에 올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 등의 직원 비율을 늘리면서 사내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힘쓴 결과다.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위해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도 따로 내어줄 정도로 기업문화도 남다르다.
투직 부사장은 “다양한 사회공헌 아이디어들을 직원들에게서 공모해 지역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한다”며 “개별 조직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면서도 직원들의 사회공헌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