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대구지법 형사항소3-3부(이은정 부장판사)는 26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사기 방조)로 기소된 A씨(45·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6월30일부터 7월1일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피해자 6명에게 1억1000여만원을 건네받아 지정된 계좌로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수금 대가로 총 225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동산 관련 일자리를 검색하다가 거래처 단순 업무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직원 채용 공고를 보고 연락한 후 채용돼 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현금 수거와 무통장 입금이 전화금융사기 범행의 일환임을 A씨가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전화금융사기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 방법 등을 모두 알지 못했더라도 수금한 돈이 사기 피해금이라는 사실과 현금 전달 행위가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면접 없이 채용돼 텔레그램을 통해 수금 업무를 지시받았고,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에서 자기 일당을 제하고 나머지를 송금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받은 점 등에서 불법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행을 얻은 이득이 크지 않은 점, 편취금 일부를 변제하며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