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지난 25일 3차 발사에서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완벽하게 우주에 올려놓으면서 우리 군의 대북 감시망이 더 촘촘해지는 전기가 마련됐다. 전천후 정찰용으로 쓰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자력으로 올릴 능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군은 올해 말과 내년 발사할 예정인 대형 정찰위성 425위성 5기의 관측 공백을 메울 소형위성 50기 이상을 쏘아올릴 계획이다. 이 위성 중 일부가 누리호를 통해 우주로 보내진다. 2026년 5차 발사에서 초소형위성 2~6호, 2027년 6차 발사에서 7~11호를 쏠 예정이다.
한화, 누리호 고도화 전담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근간이 됐다는 평가다. 이들 기업은 후속 발사에도 참여한다. 3차 발사 이전부터 4~6차 발사에 장착하기 위한 부품 등을 미리 개발해왔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한화에어로는 2025년 4차 발사, 2026년 5차 발사, 2027년 6차 발사를 총괄할 예정이다. 영국 기업 원웹과 함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한화시스템도 한화에어로의 우주개발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화는 2021년 계열사의 우주사업 기능을 한데 모은 협의체 스페이스허브를 출범했다.
한화에어로는 인공위성뿐 아니라 각종 탐사용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수송’ 사업도 구상 중이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클러스터 부지를 조성해 발사체 구성품 제조 전담 시설을 건립한다. 전남 순천에는 우주발사체 단(段) 조립장을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KAI, “위성 수출하겠다”2025년 누리호 4차 발사엔 KAI가 설계와 시험, 제작을 맡은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실린다. KAI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470억원을 들여 이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KAI는 4차 발사용 누리호에 실을 1단 추진제 탱크 제작에도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세밀한 공정 및 품질 관리를 통해 누리호 4~6호 발사 성공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누리호 후속 모델인 대형 발사체 개발 프로젝트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적시에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위성을 생산하는 체계를 갖춰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KAI는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정지궤도 복합위성(천리안)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초소형위성 체계 개발 사업 계약을 맺으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의 숨은 주역이다. 누리호 전용 발사대 시스템 기술 국산화율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2차 발사 때 화염으로 손상된 발사 패드를 보수하고, 발사체 지상고정장치의 센서를 교체했다. 장치마다 수백 차례 테스트를 하며 3차 발사의 완성도를 높였다.차세대 소형위성 2호, ‘첨단 기술 시험장’이번에 누리호를 타고 우주로 간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국내 산·학·연의 정찰, 통신 및 위성항법 기술 검증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
한재흥 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은 “산·학·연이 개발한 기술의 우주 검증 기회를 주기 위해 성능이 다소 불확실해도 전향적으로 이들의 부품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KAIST는 SAR의 3대 핵심 구성품인 중앙처리장치(CPU)와 송수신 모듈, 안테나 개발을 담당했다. 이 레이더의 관측 폭은 최대 40㎞에 달한다. 서울 동서 간 거리(36.78㎞)보다 넓은 곳을 대상으로 특정 지역을 5m 해상도로 내려다볼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광대역 통신용 X대역 갈륨질소(GAN) 전력증폭기를 실었다. 두시텍은 미국의 위성항법장치(GPS)와 유럽의 독자 항법시스템 ‘갈릴레오’ 신호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수신기를 개발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산하 한국공학대(옛 한국산업기술대)는 위성 내 발열을 제어하는 소재 검증 장치를 만들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 방사선량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탑재체를 개발했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자세를 잡아주는 반작용 휠은 져스텍의 제품이다.
이해성/김형규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