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복귀' 이낙연 "정부·민주당 모두 내 말 안 들어"

입력 2023-05-26 12:15
수정 2023-05-26 12:55
1년간의 미국 연수를 마치고 다음달 귀국하는 이낙연 전 총리가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연 뉴욕특파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귀국 후 정치 활동에 대해 말을 아낀 이 전 총리는 “민주당 내 문제는 여의도에 맡기고 국가적인 현안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야당(민주당) 모두 내 말을 듣지 않기로 결심하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지난달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이란 책을 출간한 이 전 총리는 “새 정부의 외교 전략이 길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에 지나치게 편향됐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그는 “외교의 본질은 줄 것은 주고 받을 건 받는 것”이라며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와 국력이 흔들리면 결과적으로 미국에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를 펴야 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선 “일본에 일방적으로 양보한 방안”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일본어에 능통하고 ‘지일파’로도 통하는 이 전 총리는 “차기 정부로선 참으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며 “이번 합의를 뒤집으면 국가적 신용을 잃을 수 있고 그대로 두면 국내적으로 큰 부담을 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패한 후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에서 1년간 연수해 왔다.

이 전 총리는 현 정부의 대(對) 중국 외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한반도 특수성에 대해 중국을 대상으로 사전에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며 “오히려 중국을 과도하게 도발하며 미움만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중국과 협력을 이어가더라도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는 건 긴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했던 신남방 정책을 폐기한 건 실수라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총리는 “내년 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내 다양한 채널과 소통한 결과 중국의 무력 통일 시도가 내년 하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는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결과 중국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 △미국이 2025년부터 첨단 무기체계를 대만에 배치할 계획인데, 중국이 한 발 앞서 움직일 가능성 △내년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 내 정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 등이 꼽힌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2027년은 돼야 중국의 대만 통일 시도가 구체화할 것으로 봤는데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주한미군 배치 등을 놓고 한반도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반도 평화의 최고 이해 당사자는 대한민국”이라며 “평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나라도, 평화가 깨졌을 때 피해를 가장 크게 당할 나라도 한국인 만큼 그만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다음달 중순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등 강연을 마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정치 일선에 복귀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