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국에서) 한 번도 A-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한국에 온 키티(애나 캐스카트 분)가 학교에서 처음 낙제 경고를 받은 후 한 말이다. 미국의 중상층 가정에서 태어나 우등생으로 칭찬만 받았던 키티는 엄마의 모교이자 '썸남' 대헌(최민영 분)이 다니고 있는 한국의 국제학교로 전학와 생애 첫 좌절을 맛본다. 한국의 학교 생활은 미국보다 엄격했고, 사랑을 하는 것도 공부도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엑스오, 키티'는 한국 국제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탔던 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서 라라진의 동생인 키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키티는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엄마의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한 후 어린 시절 돌아가신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17세의 나이에 한국행을 감행하는 진취적이고 용감한 소녀다.
하지만 설렘을 가득 안고 도착한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다.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놓치는 것을 시작으로 교우관계도, 사랑도, 학교 생활까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랑을 찾아 왔지만, '썸남' 대헌은 교내 최고 스타 유리와 공개 연애를 시작했고, 키티에게는 '포틀랜드에서 온 스토커'라는 경악스러운 별명까지 따라붙었다. 한국의 급식 문화가 낯선 키티가 컵케이크를 국을 담는 위치에 담자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자리를 피할 정도다.
하지만 좌절의 상황에서도 명랑만화 주인공처럼 밝고 유쾌하게 갈등을 해쳐나가는 게 키티의 매력이다. 원작 하이틴 소설의 매력을 그대로 영상으로 담아냈다는 평이다.
키티는 엄마의 비밀을 알아 챘을 때도, 자신이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확인했을 때도 긍정적이고 거침없이 행동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호불호도 갈릴 법하다. 키티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 결정에 고민이 없기 때문. '엑스오, 키티'에서는 동성끼리 좋아하는 커플들과 해외 입양 등의 소재도 등장하는데, 키티의 이런 모습 때문에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캐릭터와 매 에피소드마다 펼쳐지는 사건들은 지극히 '미국 드라마'의 화법을 따르고 있지만, 배경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명동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강남역 등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관광 명소 뿐 아니라 커플룩을 입고 사랑의 자물쇠를 거는 남산 데이트, 급식 등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소소한 문화들도 섬세하게 담아낸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숙소로 한옥이 소개되고, 학생들의 발표회에서는 부채춤과 택견이 선보여진다. 키티는 낙제를 면하기 위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시험공부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조선'이 등장할 정도다. 특히 민족의 명절 추석에 대해 "가족들끼리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며 싸우는 것으로 끝난다"는 설명은 피식 웃음이 나게 만든다.
한국에서 찍고, 한국 문화가 등장하지만 '엑스오, 키티'는 엄연히 '미드'다. 그 때문에 학교나 가정뿐 아니라 기자회견에서도 영어를 사용한다. 유명 기업인들과 연예인들이 여럿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그니엘이라는 설정이지만 회장님 집은 이전까지 국내 드라마에서 등장한 것보다 소소한 반면, 회장님 차를 운전기사의 집은 정원 딸린 단독 주택이라는 점도 이질감을 준다.
그렇지만 배경 음악으로 선곡된 인기 K팝들과 더는 낡고 후미진 개발도상국이 아닌 예쁘고 아름답고 발전된 한국 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시청들 사이에서는 "의미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는 '엑스오, 키티'다. 공개 4일 만에 7208만 시청 시간 기록, 90개국 TOP 10 진입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영어) 부문 2위를 달성해 26일까지 유지 중이다. OTT 순위 전문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집계에서도 26일 기준 47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2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10위에 랭크됐지만, 멕시코,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등 남미와 핀란드, 헝그리, 네덜란드 등 유럽 지역에서도 정상에 등극했다.
넷플릭스 엑스오, 키티
공개일 2023년 5월 18일
시청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