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북한꼴 됐다" 푸틴 '해결사'의 탄식…흔들리는 러시아

입력 2023-05-25 13:53
수정 2023-06-24 00:01

군사 기업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담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사진)이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푸틴의 '해결사' 프리고진이 전쟁에 회의를 드러낸 데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선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반군이 자국 국경 지역을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있다"고 말하며 자녀들을 전쟁에 내보내지 않은 러시아 부유층과 엘리트를 비난했다. 그는 "엘리트의 자녀가 크림을 바르는 모습을 인터넷에 자랑할 때 서민의 자식들은 산산조각이 난 시신으로 관에 실려 돌아온다"면서 "이런 격차는 군인이 들고일어나고 그들이 사랑한 이들이 뒤따랐던 1917년 러시아 혁명처럼 마무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만 바그너그룹 용병 2만명이 숨지는 등 다수의 전사자가 나오면서 유족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얻은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개시된 '특별군사작전'으로 우크라이나군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로 바뀌었고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란 나라를 알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치로 말하면 전장 초기 그들(우크라이나군)은 탱크 500대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5000대가 됐고 군 병력은 2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새 도로와 기반시설 건설을 중단하고 오직 전쟁을 위한 일만 해야 한다"며 "몇 년간 북한 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끊기고 중국이 평화협상을 중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부정했다. 그는 "나는 그런 긍정적 시나리오를 잘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2014년께 와그너그룹을 설립해 시리아와 리비아 등 전세계 분쟁지역에 러시아 정규군 대신 개입해 러시아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큰 손실을 입었고 여름에는 러시아 각지의 교도소에서 죄수들을 용병으로 데려와 전선에 밀어 넣기도 했다.

한편 지난 22일엔 우크라이나 북동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벨고로드가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장갑차까지 동원해 벨고로드 지역을 공격한 이들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려났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 가담한 무장세력은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군단’(RVC) 소속 민병대원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