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25일 기준금리를 다시 3.5%로 동결했다.
이날 한은이 다시 동결을 결정한 데는 무엇보다 불안한 경기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0.3%)은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다. 3월 경상수지도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에 기대 힘겹게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했다.
하지만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4월(-26억2000만달러)까지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조되는 금융시장의 위험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 금리 인상으로 압박하면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서부터 부실 문제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일각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1.75%p)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은이 0.25%p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하게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나타나지 않아 한은으로서는 '추가 인상 없이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미국 중앙은행(Fed)의 6월 기준금리(정책금리) 동결설에 갈수록 힘이 실리면서 '역전 폭 확대'에 대한 부담도 다소 줄었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1.75%P(한국 3.5%·미국 5∼5.25%)로 유지됐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