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와의 단체교섭을 앞두고 '역대급' 임금 인상 요구안을 마련했다. 4년간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해온 노조가 지난해와 올해 현대차의 실적 호조에 따라 기본·성과급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인상해달라고 나선 것이다. 올해 협상의 관건인 정년 연장도 최우선 요구안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고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을 논의했다. 오늘까지 회의를 거쳐 모든 요구안이 확정되면 사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노사는 다음달 중순 상견례를 가지고 해당 요구안을 토대로 본격 협상을 시작할 전망이다.
노조는 임금성 요구안을 우선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기본급 인상폭은 월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을 제시했다. 이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올해 방침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 노조를 비롯한 산하 지부는 금속노조가 정한 인상 요구액보다 적게 정할 수 없게 돼 있다.
그 결과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 합의한 인상액 월 10만8000원(기본급 9만8000원과 수당 1만원)에 비하면 올해 요구액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지난해 현대차 기본급 인상폭은 역대 최대였다. 올해 현대차가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노조가 역대급 임금 인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협상 과정에선 인상폭이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노조 "올해 상여금 800%가 최우선 요구" 성과급과 관련해선 '순이익의 30%(주식 포함)'를 요구했다. 지난해 거둔 순이익의 30%를 지급 시기와 금액의 분할을 최소화해 지급하라는 요구다. 작년 순이익 7조9836억원의 30%를 전체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3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노조는 이와 함께 직무·직책수당 등 각종 수당 인상도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는 지난해 경영성과금 200%+400만원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차 산업 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을 받았다. 올해는 이보다 요구 수위를 대폭 높일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올해 단체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상여금 800% 요구'를 꼽았다.
별도 요구안에서는 '산업 전환에 따른 조합원 고용안정 요구'를 가장 먼저 제시했다. 그룹사 차별 해소, 주거지원금 재원 확대, 저출산 관련 대책, 신규인원 충원, 일반·연구직 승진제도 개선 등도 요구했다. 신공장 전기차 부품 생산, 車 할인 확대도 요구 신공장에서 양산할 GV90 등 친환경차의 배터리팩과 전기차의 엔진 격인 PE시스템 관련 부품을 사내에서 전개해달라는 요구도 추가됐다. 회사로서는 그만큼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려야 한다.
직원 차량 구매 할인 혜택 확대도 요구하기로 했다. 근속 연수 20년 이상~23년 미만 직원의 할인율을 24%, 23년 이상~25년 미만은 27%, 25년 이상은 30%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지금은 20년 이상~23년 미만 23%, 23년 이상~26년 미만 26%, 26년 이상은 30% 할인을 받는데 할인폭과 최대 할인 대상을 늘리자는 것이다. '정년 연장'도 쟁점 관건인 정년 연장 요구는 25일 회의에서 구체안이 결정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3월 설문조사에서 올해 별도 요구안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정년 연장을 꼽았다.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해의 전년도 말인 64세까지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에 '수용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청년실업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노조가 연말 집행부 선거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빈난새/김일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