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절반 이상은 인구 소멸 위험 상태다. 전체 인구도 줄어드는 판에 지역에 남은 청년들은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이 귀한 이유다. 정부와 민간은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 양주에서 만난 한 청년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인데 돈까지 준다니 너무 좋았다”고 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서 버려진 빈집을 마을 공동 공간으로 만들고, 마을 전체에 벽화를 그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청년협동조합 대표였다. 이외에도 경남 전남 등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곳, 또는 연고는 없지만 살고 싶은 곳에서 자발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발성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 중 하나인 슬러시는 핀란드 대학생들이 만들어낸 행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 금융가가 위축되고 핀란드 최대 기업 노키아가 몰락해 취업할 곳이 없어진 알토대 학생들이 모인 게 시작이었다. 이들은 스타트업 창업자 커뮤니티 ‘Aaltoes’를 개설했고 여기에서 기획하고 만들어낸 행사가 슬러시다.
세계 최고 행사로 성장한 지금도 대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컴업(COMEUP)’이라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가 있다. 공공 재원이 투입되지만 자발성의 힘이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원래 정부가 운영하면서 관심도 참여도 부족하던 행사를, 스타트업과 생태계 리더들의 적극적인 비판과 참여를 통해 민간 주도 행사로 바꾼 사례다. 70명이 넘는 주요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캐피털 대표 등 생태계의 핵심 리더들이 자발적으로 자문위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역시 거두는 수익은 없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행사를 만들어보자는 한마음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다음달 열리는 ‘부산 슬러시드(BUSAN Slush’D)’ 행사도 마찬가지다. 슬러시의 라이선스를 받아오고 행사를 준비하는 전 과정에서 부산을 사랑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돈 한 푼 못 받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자발성의 힘은 그 무엇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