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팬덤인 이른바 ‘개딸’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계 의원들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2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명계는 당내외 청년 정치인들에게 도가 넘는 공세를 퍼붓는 개딸을 당 지도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명계는 모든 탓을 이 대표에게 돌리고 있다고 맞받았다.
홍영표(4선), 전해철(3선) 등 10여 명의 의원은 의총에서 ‘청년 정치인 등에 대한 개딸의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성토하고 관련 결의를 제안했다. 전날 비명계 등 30여 명의 민주당 의원은 결의문을 작성해 서명운동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액의 암호화폐 보유·거래 논란으로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향해 “청년 정치인을 자청한 김 의원의 암호화폐 몰빵 투자는 수많은 청년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딸들은 이 대표 측근인 김 의원을 옹호하며 청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문자, 댓글 공격에 나섰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강성 지지층의 공격에 대해) 당이 입장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원들의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명계는 결의문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이들 청년 정치인에게 향하고 있는 폭력적 행위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명계에선 이를 이 대표에 대한 공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모든 것의 결론을 이 대표에게로, 이것을 통해 당의 갈등을 증폭시켜 나가는 것은 같은 당내에서 동지라면 자제해야 할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팬덤 정치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깊어질 조짐을 보이자 이날 “우리 당 대학생위원회나 청년 정치인을 향한 폭력적 표현은 우리 당과 공동체를 해치는 행위”라며 “더 이상의 부당한 내부 공격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