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에서 추진됐던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특별연합) 조성 논의가 중단된 데 이어 부산과 경남 지역의 행정을 통합하자는 제안도 동력을 잃고 헛돌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부울경 3개 지역을 아우르는 ‘메가시티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취임(민선 8기)한 박완수 경남지사는 부울경 특별연합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진정한 메가시티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행정통합’을 제시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준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도정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호응이 크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간 의견도 엇갈려 행정통합에 관한 논의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공전 중이다.
경상남도는 26일 진주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경남 행정통합 제3차 토론회를 잠정 연기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경상남도는 “앞서 1·2차 토론회 이후 통합 모델을 제시하지 않고 행정통합 찬반 토론만 해서는 일반 주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장단점을 파악하기 어렵고 시·도민의 관심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런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3차 토론회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경상남도의 일방적인 행정 절차에 대해 반발했다. 시 관계자는 “결과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더라도 (의견을 수렴하는) 행정 절차가 중요하다는 점을 경상남도에 강하게 밝혔다”며 “시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관련 논의를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는 부산·경남 행정통합에 관한 시·도민 대상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다. 경남과 부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5월 말과 6월 초에 걸쳐 총 2회,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한다. 회당 2000명을 표본으로 경남도민과 부산시민 각 1000명의 의견을 묻는다. 경상남도와 부산시는 행정통합 추진 계획과 여론조사의 추진 일정 및 문항에 대해 여러 차례 협의하고 전문가 자문까지 완료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향후 행정통합 절차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앞선 두 번의 토론회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과 이해 부족을 확인한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튜브를 통해 중개된 1~2차 토론회 접속자는 다 합해 820명 정도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하는 터라 이후 진행 상황은 더 불투명해졌다.
이수일 부산시 행정국장은 “찬성 비율이 높으면 연내 행정통합 관련 기본구상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도 “행정통합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운 데다 사례마저 없다는 사실이 토론회를 통해 시민에게 공개돼 관련 논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창원=김해연/부산=민건태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