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컬렉터라면 누구나 꿈꾸는 게 있다. 훗날 거장이 될 무명 작가를 미리 알아보고 작품값이 저렴할 때 사두는 것이다. 재능 있는 작가들도 누군가 자신의 진가를 알아보고 작품을 사주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무명 작가가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쉽게 나지 않아서다. 전시해야 팔 수 있는데, 전시는 ‘팔리는 작가’에게만 허락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가 2015년부터 ‘작가 미술장터’를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작가 미술장터’는 예경의 대표적인 시각예술 지원사업이다.
지난해까지 누적 관람객 120만 명, 판매 작품 14만4733점을 기록하며 신진 작가의 등용문이자 ‘국가대표 아트페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관람객은 11만8000명. 지난해 열린 ‘단군 이후 최대의 미술 축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관객 수(총 10만여 명)보다 많다.
지난해 장터에서는 등용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수많은 성공 사례가 나왔다. 서울에서 개최된 ‘그림도시’에 참가한 작가 60명은 주최사인 예술고래상회의 주선으로 지난해 7월 세계 미술 수도 뉴욕에서 전시를 열었다. 미디어아트 작품에 특화된 장터인 ‘비디오 바이츠’는 작품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드는 걸 지원해 작가 다섯 명에게 3000만원의 수익을 안겨줬다. 미디어아트 작품 판매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작가 미술장터는 ‘미술품 수집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작품 평균 가격대가 수십만원 선으로 저렴한 데다 전국 각지에서 열려 접근성이 좋은 까닭이다. 지난해 강원 속초 칠성조선소에서 열린 ‘bac(becoming a collector)속초아트페어’(사진)가 대표적이다. 내 취향에 맞는 우리 동네 작가 작품을 모은다는 콘셉트로 작가 100명의 작품 288점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평균 판매가는 한 점당 26만원가량이었다.
올해는 모두 열 번의 작가 미술장터가 열린다. 횟수를 지난해(20회)의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특색 있는 아트페어에 지원을 집중했다. 오는 6월 14~19일 서울 마포 탈영역우정국에서 열리는 드로잉 특화 장터 ‘드로잉 그로잉’, 6월 15~20일 세종 조치원문화정원에서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ONE PICK for-Rest’가 대표적인 행사다. 예경 관계자는 “사진과 장애예술인 작품 등 예술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은 분야의 행사를 주로 선정했다”고 했다. 올해 bac 속초아트페어는 6월 17일~25일 속초 칠성조선소에서 열린다.
작가 미술장터 중 일곱 곳은 9월 KIAF-프리즈 전후 ‘문체부 미술주간’에 열린다. 한국을 찾은 ‘큰손’들이 아트페어에 나오는 유명 작가뿐 아니라 젊은 신진 작가의 작품들도 쉽게 둘러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혜연 문체부 사무관은 “구매자와 신진·청년 작가의 작품이 만나는 장을 확대하는 게 사업 목표”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