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도 '김남국 사태' 터졌다

입력 2023-05-24 18:12
수정 2023-05-25 01:57
미국 워싱턴 정계에서 정치인들의 펀드 투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코인)업계 규제 완화 등을 주창했던 상원 의원이 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2만3000달러(약 3000만원)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의회 내 펀드 투자와 관련한 느슨한 규제로 자신의 투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스티브 데인스 몬태나 상원의원은 지난해 초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가볍게 접근해야 한다”라거나 “코인베이스는 합법적인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라고 발언하면서 암호화폐업계를 두둔했다. 하지만 당시 데인스 의원과 그의 가족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전문 ETF에 2만3000달러가량을 분산 투자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베이스는 그중 세 가지 ETF의 주요 주주였다.

콜로라도 상원의원인 존 히켄루퍼(민주당) 또한 2021년 10월 상원 에너지위 위원으로 임명된 뒤 몇 달 뒤 에너지 대기업 셰브런 주식 10만달러어치를 매각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칭송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일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에너지 전문 ETF에 10만달러가량을 투자했는데, 해당 ETF의 보유 종목은 23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운용 자산의 20%가 셰브런에 할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인들이 이 같은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 의회가 의원들의 ETF 등 펀드 투자는 1년에 한 번만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개별 종목 투자는 거래 후 4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느슨한 규제다. 미국 의회의 펀드 투자의 보고 규정이 엄격하지 않은 것은 투자금 배분이 다각화된 펀드의 특성상 펀드 투자를 통해 대규모 이익을 취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FT는 “의외로 많은 펀드가 고도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