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짧은 기간 여러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리셀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명품 시장에서는 정가보다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 시장 거래가가 상품 가치 기준으로 간주된다. 수급이 일정하지 않은 명품의 특성상 비교적 거래가 자유로운 리셀 가격이 사실상 시장가로 여겨지므로, 명품 선호 현상이 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샤넬은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만에 값을 올렸다. 대표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 등의 가격이 5~6% 조정됐다. 클래식 플랩백 라지 사이즈는 1480만원에서 6%가량 올라 1570만원으로 책정됐다. 클래식 스몰 사이즈는 1311만원에서 1390만원으로, 미디움 사이즈는 1367만원에서 1450만원으로 올랐다. 이 밖에 지갑류, 신발류 일부 제품 가격도 올랐다.
샤넬은 매년 3~4차례씩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도 1·3·8·11월 네 차례 판매가격을 올리며 '오픈런 열풍'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리셀 시장에선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샤넬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 사이즈는 전날 1225만원에 거래됐다. 정가(1450만원)에 200만원 넘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되레 인상 직전(16일 기준·1374만원)보다도 리셀가가 더 떨어졌다. 클래식 플랩백 스몰 사이즈 리셀가도 많이 떨어져 1050만원대다. 정가(1390만원)보다 340만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수백만원씩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던 샤넬 제품들 리셀가가 급락한 것이다. 이같은 명품의 시장가 하락 배경에는 잇단 금리 인상과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자리한다는 인식이다. 코로나19를 지나며 명품 열풍이 ‘플렉스’(소비 자랑) 문화와 함께 떠올랐지만 최근 들어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소비자들 지갑이 얇아졌다. 제품에 ‘웃돈’을 얹어 사겠다는 수요 자체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수년간 반복된 인상과 그에 따른 오픈런 현상이 명품 가치를 추락시켰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명품 업체들은 가격을 기습 인상하고 물량을 제한하면서 오픈런을 유도해왔다. 그러자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리셀업자들이 몰렸다. 전날 밤부터 매장 앞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기다리는 ‘노숙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을 벌이는 ‘좀비런’까지 등장했다. 실구매자 대신 줄을 서는 아르바이트도 생겼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보복소비가 증가하면서 명품 가격이 오를수록 희소성이 커지면서 수요가 늘어났다. 시장가를 끌어올린 요인이었다”면서 “이제는 명품업체에서 인상을 해도 수요가 늘기는커녕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감이 크다. 소비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어 수요가 쪼그라들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공급은 확대돼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