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줄 서던 '다이어트약 성지'…마약류 과다 처방했다

입력 2023-05-24 15:57
수정 2023-05-24 16:14

다이어트약 처방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오픈런(영업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것)을 해야 하는 곳으로 유명했던 의원들이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과다 처방해온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최근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된 5개 의료기관을 합동 점검한 결과 5곳 모두 마약류인 식욕억제제를 과다처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 의원은 처방전을 잇달아 발행하는 방법으로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장기 처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식욕억제제 2종을 함께 처방하기도 했다.

식약처의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 기준에 따르면,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엠페프라몬, 마진돌 등 식욕억제제는 2종류 이상 함께 처방할 수 없으며 단일제라도 3개월 이내에서만 처방해야 한다.

식약처는 위반 사실이 드러난 의원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한 뒤 과다처방의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전망이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이들 의료기관에서 국민건강보험법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약류에 속하는 향성진성 의약품들은 의존성이나 내성을 유발하며 각종 신체적·정신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뇌에 배고픔을 덜 느끼도록 신호를 조작하고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함으로써 식욕억제 효과를 강화한다. 그러나 이런 식욕억제제는 의존성이 강하고 부작용을 동반해 물을 계속 마셔도 입이 마르거나 잠을 쉽게 들지 못하게 한다.

또한 어지러움과 두근거림, 불안감, 신경과민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간 복용하면 우울증, 성격 변화, 의존성, 폐동맥 고혈압을 유발한다.

한편, 지난 3월 제주도에서 20대 여성이 차량 6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이 여성은 음주 상태가 아니었지만, 식욕억제제를 장기 복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밝혀져 향성진성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