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원’ vs ‘282억원’
국내에서 활동하는 토종 임상시험수탁(CRO) 업체 상위 57곳과 글로벌 CRO 업체 15곳의 지난해 평균 매출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의약품 임상시험 대행시장에서 토종 CRO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에 따르면 57개 토종 CRO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은 5652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반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CRO의 국내 매출은 4233억원으로 45.3% 급증했다.
국내 CRO 시장이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임상이 빠르게 늘면서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한국에서 임상할 때 한국 토종 CRO가 아닌, 글로벌 CRO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목표로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업체 A사는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 1상은 물론 미국에서 시행하는 임상 2상까지 모두 글로벌 CRO에 의뢰해 임상연구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에서 임상 경험이 많은 글로벌 CRO에 임상대행을 의뢰하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CRO로는 한국아이큐비아, 써모피셔의 자회사 PPD(파마슈티컬프로덕트디벨롭먼트), INC리서치 등 15곳에 이른다.
임상 자료의 영문화 작업도 국내 CRO를 기피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하거나 해외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 단계부터 모든 문서를 영어 등 외국어로 작성해야 한다”며 “언어적인 요인도 국내 토종 CRO보다 글로벌 CRO를 찾는 배경”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케일업부터 임상까지 한번에 다 해주는 업체가 국내에는 없어 중국 우시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후보물질 생산부터 전임상·임상 수행은 물론 허가기관에 제출할 데이터까지 영문으로 정리해준다”고 했다.
토종 CRO의 국내 임상 매출 비중은 95.9%에 이른다. 해외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국내 CRO 중 다국가 임상 경험이 있는 곳은 씨엔알리서치 정도다. 김수웅 씨엔알리서치 전무는 “지난해 토종 CRO 가운데 처음으로 씨엔알리서치가 매출 중 30%를 다국가 임상으로 채웠다”고 했다.
정부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토종 CRO와 협력해 해외 임상을 할 경우 과제 선정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지원책 등을 마련 중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