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좁다"…영토 넓히는 한국형 RPG

입력 2023-05-23 17:50
수정 2023-06-01 16:16
주요 게임사들이 ‘한국형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의 성공 이후 이와 비슷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한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중화권 문 두드리는 K게임 넥슨은 23일 대만 홍콩 마카오 지역에 자사 모바일 MMORPG 히트2를 출시했다.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게임으로 작년 8월 한국에 정식으로 내놨다. 원작인 히트(HIT)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했다. 대규모 공성전과 필드 전투 중심으로 게임 규모를 키운 MMORPG다. 모바일과 PC 플랫폼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 국내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했고 현재도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일 신규 출시 지역 이용자를 대상으로 캐릭터 이름 선점 이벤트를 열었는데 열흘 만에 조기 마감되는 등 현지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다음달 15일 자사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을 일본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이벤트 페이지를 개설하고 캐릭터명과 서버 선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7일 일본에서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도쿄 후쿠오카 오사카 삿포로 등 주요 도시에서 사전 체험존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라이온하트가 개발한 오딘은 2021년 6월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직후 양대 앱 마켓 매출 1위에 오르며 카카오게임즈가 2021년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작년 3월 일본에 앞서 대만 등 중화권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위메이드도 지난달 한국에 출시한 MMORPG ‘나이트 크로우’를 연내 해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P2E(돈 버는 게임) 요소를 추가한 글로벌 버전을 연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포화에 해외 진출리니지로 대표되는 한국형 MMORPG는 사냥 중심의 레벨업 시스템과 무기, 방어구, 탈것 등을 통한 능력치 강화, 길드로 대표되는 플레이어 집단 간 경쟁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한 게이머는 “경쟁에서 앞선 길드가 좋은 아이템을 얻는 사냥터를 통제할 수 있다”며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계속 커지기 때문에 아이템 등에 꾸준히 돈을 쓰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MMORPG 시장의 선두주자는 엔씨소프트였다. 2017년 리니지M을 시작으로 리니지2M, 리니지W(사진) 등 후속작을 모두 성공시켰다.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은 2021년부터다. 카카오게임즈가 이 무렵 출시한 오딘이 리니지 시리즈를 위협할 정도로 흥행하자 다른 게임사들도 잇달아 MMORPG를 내놨다.

문제는 여러 MMORPG가 동시에 인기를 끌면서 게임사의 수익성은 악화한다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한정된 게이머가 여러 게임으로 분산되는 상황”이라며 “중화권과 일본 등으로 시장을 넓히지 않으면 매출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