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오는 9월부터 고용노동부 ’노동포털’ 사이트에 노동조합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기로 했다. 회계를 공시한 노조에게는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그동안 ‘깜깜이’로 운영돼 온 노조의 회계를 보다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23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주제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결정했다. 임이자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노동행정 종합정보망인 노동포털에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 오는 9월부터 운영하겠다”며 “공시 시스템을 통해 노동 조합의 결산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회계 공시를 한 노조에 대해선 조합비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회계를 공시한 노조의 조합원은 내년에 납부한 조합비부터 세액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다만 모든 노조가 아닌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대형 노조가 대상이다.
특위는 그간 현행법에 없었던 회계감사자 자격도 새로 규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회계감사자 자격은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있거나 전문지식 등을 갖춘 사람으로 한정된다. 조합원 요구가 있는 경우 회계법인이 감사할 수 있다. 특위는 조합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안에 결산 결과 등을 회사 게시판에 공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같은 대책은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조가 회계 결산을 공표하고 행정 관청에 보고하는 것은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회계 결산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부과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2월 고용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대형 노조 327곳에 회계 장부를 비치하고 있는지 증빙 서류를 내라고 요구했지만, 노조 63%가 거절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양대 노총은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노조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반발하지만 노조 회계 재정의 투명한 관리는 노조의 민주적 운영과 조합원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특위가 이날 발표한 대책은 모두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 임 위원장은 “국무회의를 통해 다음달 중에 시행령 개정안을 낼 것”이라며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