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머티리얼즈, 회장 구속에 하반기 IPO 불투명

입력 2023-05-24 08:05
수정 2023-05-25 14:06
이 기사는 05월 24일 08: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 절차를 시작하자마자 난항을 겪고 있다. 모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이동채 전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연내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예비심사 일정을 보류했다. 다음 달부터 신청 서류 검토와 심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이 전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심사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투자자 보호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경영 사유가 발생할 경우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화재 관련 리콜 사태로 상장예비심사가 지연됐다. 통상적으로 심사에는 영업일 기준 45일, 3~4개월가량 소요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6개월이 걸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27일 예비심사를 청구해 오는 8월까지 승인받고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승인까지 최소 5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최대 주주와 관련된 내부통제 리스크가 심사 승인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최대 주주는 에코프로(지분율 52.78%)다. 에코프로의 최대주주는 이동채 전 회장(18.84%)이다. 이 전 회장이 에코프로를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 전 회장은 지난달 11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계약 관련 정보가 공시되기 전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해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다. 이 전 회장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임직원 5명과 함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벌금 22억원과 추징금 11억원을 선고받았다.

회사 측은 심사 청구서에 기소 사실을 명시했지만, 구속 판결에 따른 영향 등은 상세히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은 없지만 대주주의 도덕적 문제는 상장 예비 심사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상장에는 문제는 없겠지만 예비 심사 기간이 늘어지는 추세인데다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 감독을 강화하고 있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2대주주인 BRV파트너스의 류재현 전무를 올해 초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도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한다. 회사와 거래관계 등 중요한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의 이사나 감사, 집행임원은 사외이사로 임명할 수 없다고 규정한 상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배터리 양극재용 핵심 소재인 하이니켈 전구체를 제조하고 있다. 2017년 에코프로그룹이 에코프로비엠에 전구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실적도 성장세다. 2020년 매출은 2167억원에서 지난해 6652억원으로 약 세 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4억원에서 389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156억원의 순익을 내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경북 포항에 연간 5만톤(t)의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설비를 구축했다. 2027년까지 15만톤 이상을 증설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연간 20만7000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증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측은 공모 자금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