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랠리'에 앞다퉈 베팅하는 헤지펀드들…"4300 간다"

입력 2023-05-23 11:2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헤지펀드들이 앞다퉈 ‘증시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연초 대비 10% 가까이 오른 S&P500지수가 당분간 ‘랠리’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 결과다.

월가에선 S&P500지수가 3800~4200 사이 박스권을 뚫고 4300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그룹의 헤지펀드 자금 중개 사업부 통계를 인용해 헤지펀드들이 지난 2주 연속 미국 주식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직전 5주간 매도세가 이어지다 매수 흐름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매수 속도는 지난해 10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빠르다.

모건스탠리가 중개하는 헤지펀드 고객들의 순 레버리지(매도 대비 매수 포지션 비율)는 올해 들어 최고치로 치솟았다. 순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매수세가 강하다는 의미다. 헤지펀드는 주가의 상승 또는 하락을 미리 예상해 주식을 매도(숏)하거나 매수(롱)하는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주식 시장에 3조달러(약 3936조원)의 뭉칫돈이 유입되면서 시장에선 홀로 상승장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여전하다는 진단이다. 지난 3월 은행 위기와 기업들의 실적 악화, 그리고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까지 겹악재 속에서도 S&P500지수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연초 대비 이날까지의 상승률은 9.12%에 이른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4000선을 넘긴 뒤 은행 위기가 발생한 3월 3800대까지 떨어졌다가 회복세를 되찾아 4200 코앞까지 올랐다.

LPL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대기업의 리스크 관리자들은 ‘증시가 오르는데 빈둥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다.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낙관론과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뒤섞인 상황에선 ‘소외’에 따른 비용이 너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S&P500지수가 연말께 4300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목표치(4000)에서 0.02% 상향 조정한 것이다. S&P500지수가 마지막으로 4300선을 웃돈 건 지난해 8월이다.

BoA 소속 전략가들은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와 관련해 “기업들의 효율성이 증대되면서 ‘실적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더 이상 과거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재정적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효율성과 자동화, 인공지능(AI) 등 ‘구조적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증시 랠리가 미국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도쿄 증시 1부 종목을 모두 반영한 토픽스지수가 1990년 이후 유례없는 수준까지 치솟았고,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지수도 15개월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를 기반으로 자금을 굴리는 장단기 헤지펀드의 순 레버리지는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수의 헤지펀드는 이미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해 연초 증시 약세에 베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헤지펀드들의 주식 노출도(익스포저)가 커지면서 주가 등락에 따른 취약성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증시가 하루 3% 수준의 낙폭을 보이면 일주일 후 150억~200억달러 규모의 매도가 촉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