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3일 10: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효성화학이 자본잠식에 빠진 베트남법인의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추가로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1조5000억원을 넘는 돈을 투자해 생산공장을 설립했지만, 정상 가동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효성화학의 재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지분 100%를 보유한 베트남법인(Hyosung Vina Chemicals Co. Ltd.)에 빌려줬던 대여금 1331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597억원을 출자한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베트남법인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베트남법인의 자본총계는 3월 말 기준 마이너스 715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베트남법인은 포장재와 섬유, 필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한다. 효성화학이 2017년부터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60만톤(t)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공장을 설립했다.
2019년부터 생산에 들어갔지만, 설비 점검과 보수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셧다운으로 수요가 급감하며 순손실 폭이 더욱 커졌다. 베트남법인의 순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544억원, 2021년 605억원, 2022년 3137억원 등으로 확대됐다.
효성화학은 2019년(783억원)과 2020년(1181억원)에도 유상증자로 자금을 지원했지만, 베트남법인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자 추가 증자를 결정했다. 효성화학은 베트남법인이 시설자금 용도로 빌린 1조6597억원에 대한 지급보증도 제공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베트남법인의 실적 악화는 고스란히 모회사인 효성화학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3월 말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연결기준으로 9940.6%에 달했다. 2019년까지 350%대에서 유지되다 2020년 500%, 2021년 522%, 2021년 2631.8%로 치솟았다.
자체 현금만으로 자금 지원이 어렵자 기업어음과 사모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면서 차입금 규모도 많이 증가했다. 효성화학의 순차입금 규모는 2019년 1조2964억원에서 2조5236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말 신용평가 3사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나란히 조정했다. 베트남 공장이 정상 가동되더라도 단기간에 수익성이 개선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단기적으로 베트남 공장의 재가동 및 중국의 셧다운 완화 등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시장금리의 빠른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정 등을 감안하면 업황 개선이 다소 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