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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독일로 흘러 들어간 외국인 투자 자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연합(EU) 내에서 입지를 잃지 않으려는 영국 기업들이 몰린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英 기업들 투자 21% 증가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투자청(GTAI)은 22일(현지시간) 독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총 253억유로(약 36조원)로, 1년 전(70억유로)보다 261%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새롭게 유치한 프로젝트 수는 1783건으로, 2021년(1806건)보다는 23건 적었지만 2020년(1684건)과 비교하면 101건 늘었다. 가장 많은 투자를 단행한 국가는 미국(279건)이었다. 지난해 3월 미 반도체 기업 인텔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 24조원)를 들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 주효했다.
스위스(208건)와 영국(170건)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영국의 신규 투자 프로젝트 수는 1년 새 21% 증가했다. 브렉시트 이후로 EU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두려는 영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헤르만 GTAI 청장은 “영국과 스위스는 모두 EU 회원국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EU 내에 ‘서포팅 레그(supporting leg?지지대)를 두길 원하며, 독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영국 기업들은 지난해 대규모 독일 투자 프로젝트를 줄줄이 발표했다. 영국 최대 스포츠용품 업체인 스포츠 다이렉트의 소유주 프레이저스 그룹은 작년 4월 독일 서부 도시 비트부르크의 공항에 3억유로(약 4273억원)를 들여 새 물류 센터를 짓겠다고 알렸다. 영국 암스트롱에너지와 호주 스타트업 라이셀라홀딩스의 합작 기업인 무라 테크놀로지는 뵐렌에 연간 12만t 규모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석유를 생산하는 화학적 재활용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프로톤 모터 파워 시스템즈는 푸크하임의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IRA 리스크 커…전쟁에는 선방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투자 유치 실적은 양호했다는 평가다.
헤르만 청장은 “전쟁과 에너지 위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 등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결과”라며 “전 세계 기업들은 독일 시장의 규모와 안전한 법률 시스템, 우수한 인력 및 인프라와 연구?개발 환경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부문별로 보면 정보기술(ICT) 및 소프트웨어(22%), 금융 서비스(21%), 소비재(8%) 등에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됐다.
다만 강력한 봉쇄 조치가 취해졌던 중국 기업들의 투자 활동은 급감했다. 중국은 지난해 독일에서 141건의 신규 투자를 결정하며 4위에 올랐지만,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 임원들의 독일 출장이 엄격히 제한된 데 따른 결과라고 GTAI는 설명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Act)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는 점은 변수로 지적된다. 헤르만 청장은 “신규 투자에만 한정한다면 그 숫자는 분명 줄어들고 있다”며 “(IRA는) 독일을 비롯한 대(對)유럽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