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2일 대(對)중국 수출 부진과 관련해 “10년간의 중국 특수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이 강점을 지녔던 중간재 수출을 중국 기업이 대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근 대중 수출 부진에 대해 “중국에 수출하는 상품이 중간재인데 중국 기업이 생산을 많이 해 우리의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져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또 “(대중 수출 부진은) 공업제품을 생산하는 베트남,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의 공통 현상”이라고 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금액 기준)은 19.5%였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졌다. 대중 수출 부진은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5월 1~20일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은 324억4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줄었다. 특히 대중 수출은 67억9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했다. 미국(-2.0%), 유럽연합(EU·-1.1%), 베트남(-15.7%), 일본(-13.9%)으로의 수출도 줄었지만 대중 수출 감소폭이 훨씬 컸다. 5월 전체로도 감소하면 대중 수출은 1년째 뒷걸음질치게 된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67억4700만달러로 15.3% 줄었다. 이에 따라 이 기간 무역수지는 43억4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는 295억48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 총재는 “올해 무역수지는 300억달러 적자가 나고, 경상수지는 관광이나 다른 산업 영향으로 연간 240억~260억달러 흑자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과거 경상수지가 좋을 땐 800억달러가 났다”고도 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예전에 비해 부진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선 “전기료를 올리면 물가는 당장 올라간다”면서도 “한은의 물가 안정 정책과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료를 올리지 않으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 무역적자가 더 커지는 데다 환율에 영향을 주는 점을 고려할 때 전기료 정상화가 물가 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강진규/박상용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