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엑손모빌, '석유' 아닌 '리튬' 생산…전기차 붐 올라탄다

입력 2023-05-22 11:37
수정 2023-05-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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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석유 공룡’ 엑손모빌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에 나선다. 엑손모빌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미래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엑손모빌, 美아칸소 리튬 매장지 매입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엑손모빌이 리튬 채굴을 위해 미국 아칸소주(州) 남부에 위치한 12만 에이커(약 485.6㎢) 규모의 리튬 매장지를 갈바닉에너지(Galvanic)로부터 사들였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입 가격은 1억달러 (132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은 향후 몇 개월 내에 이곳에서 리튬 채굴을 시작하고, 수익성이 입증되면 채굴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갈바닉 에너지가 외부 컨설턴트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는 400만톤의 탄산화 리튬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 5000만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엑손모빌이 미국 최대 규모의 석유기업인 만큼 이번 거래 규모 자체가 큰 것은 아니지만, 내연 기관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곧 정점에 이를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석유기업, 원유 시출 기술 리튬에도 유리‘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리튬 정제사업을 ‘돈 찍어 내는 면허(license to print money)’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과거엔 배터리 제조사가 리튬 투자에 열을 올렸다면 최근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완성차업체들도 리튬 공급망 확보를 위해 뛰어들고 있다. 석유회사인 엑손모빌마저 리튬 사업에 투자했다는 건 그만큼 이 사업의 성장성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리튬 산업은 리튬 정광을 채굴하거나 염호(소금물 호수)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원재료 생산과 이를 제련해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공정 등으로 나뉜다.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작업은 원유 시추 및 배관 추출, 가공 작업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석유기업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튬 생산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들어 중국 압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남미 국가들은 자원 국유화에 나섰다.
○엑손모빌 "내연기관차 수요 2025년 절정"엑손모빌이 이번 리튬 채굴을 시작했다고 해서 사업을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전략적인 변화는 아니다. 엑손모빌은 향후 50년 동안은 내연 기관 자동차가 여전히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엑손모빌은 내연 기관 자동차 수요가 2025년에 절정에 달하고, 이후 전기·하이브리드·수소 등 친환경 차량이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 세계적인 전기차 보유 대수는 2017년 300만 대 수준이었지만 2040년에는 4억20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엑손모빌은 국제 유가 하락 속에서도 높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순이익이 114억달러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작년 4분기(129억달러)보다는 순이익이 소폭 줄었지만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란 평가다.

엑손모빌은 올해 들어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 2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지속해서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자 노력하지 않으면서 140년간 회사가 지속되길 바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