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액이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0건 중 7건 이상이 투자 사기범죄에 따른 피해였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암호화폐 관련 불법행위로 발생한 피해금액은 총 5조2941억원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시장의 호황기였던 2021년 피해액(3조1282억원)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피해액은 코인 가격 하락으로 1조192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암호화폐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최근 5년간 841건(2135명)을 기록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수익을 내주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암호화폐 빙자 유사수신·다단계’가 616건(73.2%)으로 가장 많았다. 지인 간 코인 구매대행 사기(21%)와 암호화폐 거래소 직원의 사기·횡령(5.7%)이 뒤를 이었다.
2021년 피해액 중 상당 부분은 2조원대 피해를 낸 브이글로벌 사건이 차지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을 운영한 일당은 "암호화폐 '브이캐시'에 투자하면 자산을 세 배로 불려주겠다"며 회원을 모집했다. 이렇게 끌어모은 회원 5만여명으로부터 총 2조8000억여원을 가로챘다. 이 사건으로 붙잡힌 브이글로벌 대표 이모씨는 지난 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잇따르는 암호화폐 범죄를 막기 위해 기술력 강화에 팔을 걷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국내 거래소에 한정된 암호화폐 주소 정보 조회 시스템을 해외 거래소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까지 개발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검은 지난 15일 ‘사이버수사 시스템 고도화’ 사업 용역 구매 입찰을 공고해 시스템 개발업체 선정작업을 시작했다.
검찰은 암호화폐 주소 정보 조회 범위가 넓어지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자금세탁을 보다 쉽게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21년 4월부터 암호화폐의 소유관계 식별을 위해 암호화폐 주소의 생성지(거래소)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해왔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에서 생성된 암호화폐 주소는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대검은 이번 용역 제안 요청서에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된 암호화폐 거래내역 분석에 필요한 플랫폼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