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은 출산 전후로 나뉜다"…엄마들 건강에 주목한 이유 [그래서 투자했다]

입력 2023-06-05 10:11
수정 2023-07-17 09:16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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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 두 아이와 남편마저 잠자리에 든 시간, 비로소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식탁은 난장판이고 거실도 너저분하지만, 청소를 잠시 미뤄두고 내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작은 공간에 자리를 잡는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스스로와 약속한 시각이다. 그렇게 집안에 평온이 찾아오면 '헤이마마' 앱을 켜고 '오늘의 플랜'을 열어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회사 일을 병행한 지 벌써 9년. 두 아이 모두 출산 3~4개월 만에 곧장 복직하며 알게 모르게 몸은 많이 지쳤고, 해가 갈수록 만성화한 통증과 병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아마 출산한 모든 여성이 가진 질환이자 고민일 것이다. 그만큼 여성의 몸은 임신 기간과 출산 이후 가장 큰 근골격계 변화를 겪는다.

임신 중에는 자궁 내 아이를 위해 몸속 장기의 위치·정렬 변화로 다발성 통증이 발생한다. 출산 시에는 아이를 낳기 위해 뼈 사이가 늘어나며, 이 때문에 근육과 장기가 손상돼 요실금·골반탈출증 같은 질환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MRI로 출산한 여성의 몸을 살펴보면 마라톤을 뛴 선수의 몸처럼 피로골절, 근육염좌 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출산이 얼마나 여성의 몸에 영향을 주는지 더 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나아가 출산 직후 육아는 불규칙한 수면과 식사, 높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기본적인 건강조차 관리하기 어려운 기간을 지나고 나면 여성의 몸은 이미 엉망으로 변한 뒤다. 완전히 바뀐 몸매, 빠지지 않는 체중,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생활 통증, 약해진 골반 근육과 방광 기능 약화로 생기는 비뇨기 문제, 떨어진 면역력에 각종 염증 질환까지 삶의 질은 수직으로 하락하고 만다. 질병으로 진행이 이뤄졌거나 일상 중 지속적 불편이 이어지는 미병의 단계인 셈이다.

여성들의 회복을 위한 몸부림조차 아이들과 일에 밀려나기 일쑤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도 약해진 근육은 날씬한 몸을 위해 만들어진 격한 운동을 따라가지 못한다. 비싼 다이어트 식품은 점점 식탁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실패의 경험들은 점차 우울감으로 변한다. 이렇게 우울한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헤이마마’ 솔루션을 서비스하는 더패밀리랩의 하이수 대표를 만났다.
"산후 정책이 엄마가 아닌 아이에만 집중"


하 대표는 작지만 단단한 체구에 자신감 있는 밝은 목소리가 첫인상이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산후 여성, 즉 엄마를 위한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지 않다”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임신 중 여성을 위한 지원은 충분하지만, 출산 후 대부분 복지정책이 엄마가 아닌 아이에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프랑스나 독일 같은 유럽에서는 '예방적 헬스케어' 차원에서 정부가 산후 회복을 지원한다”며 “건강관리를 잘한 산후 여성일수록 나이 들어서도 질병에 시달릴 확률이 낮고, 이는 곧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말에 더패밀리랩이 만드는 ‘헤이마마’에 대한 궁금증은 커졌다. 하 대표는 삼성전자, 매일유업 등 대기업의 전략기획과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의 이사를 거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이런 커리어를 가진 여성조차 산후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더패밀리랩은 핵심 인력이 모두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로, 산후 여성이 겪는 ‘미충족 수요’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하 대표의 탁월한 사업화 마인드가 더해져 초기 기업임에도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펨테크’(Femtech)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랜드 뷰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펨테크 시장 규모는 올해 56억 달러에서 2030년 131억 달러까지 연평균 11.1%(CAGR)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대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온 밀레니얼 세대가 이미 30~40대에 진입하며 다양한 건강관리 니즈가 부각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40세 이상 여성 건강을 다루는 펨테크 분야를 ‘펨에이징’으로 별도 구분할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더패밀리랩의 ‘헤이마마’는 펨에이징 시장, 즉 40세 이상의 여성 건강까지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 산후 여성의 몸매 회복 니즈에 집중했던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신성 당뇨, 육아기, 갱년기를 포함한 40~50대 여성의 건강까지 생애 전주기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더패밀리랩은 1만명 이상의 여성을 직접 만나며 그들이 어떤 몸의 문제, 일상의 어려움을 겪는지에 집중했다.
커리큘럼→행동 보상으로 습관 만들어
헤이마마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 증상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자기 주도 건강관리 루틴 앱이다. 아주 쉬운 강도부터 시작하는 여성 전문 운동 프로그램과 다이어트, 수면, 스트레스 등 일상의 건강관리를 위한 루틴을 제공한다. 오프라인 스튜디오부터 시작해 2020년 6월 홈트레이닝에 집중한 앱을 출시했고, 올해부터는 건강관리 전반을 다루는 현재의 모습으로 리뉴얼이 이뤄졌다.

특히 육아가 쉼 없이 진행되는 출산 여성의 일상을 고려해 건강을 위한 행동을 ‘커리큘럼’으로 만들고 이를 자연스럽게 이행하기 위한 ‘행동 보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출산 여성은 건강 관리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헤이마마는 이런 상황을 십분 이해하고 출산 여성이 아무런 준비 없이도 제로베이스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운동과 건강 루틴 200여개를 매일 액션플랜 단위로 쪼개어 제공한다.



헤이마마가 제공하는 운동은 하루 10~15분 내외, 루틴은 하루 2~3분 내외로 짧고 쉽다. 신생아 육아기의 아기 낮잠 시간, 저녁 아이가 잠들고 맥주를 찾는 시간, 출근 후 잠시 숨을 고르는 잠깐의 시간에 유튜브 쇼츠를 보듯이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지속적 운동을 유도하기 위해 헤이마마는 ‘리워드 제도’를 함께 운영한다. 운동이나 루틴을 수행하면 종이 리워드를 받고, 이를 모아 다양한 홈 테마의 가랜드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가랜드 시스템은 향후 여성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이벤트, 챌린지, 공동구매 등 실제 금전적인 보상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사용자가 열심히 건강관리를 해서 체험단 이벤트 가랜드를 빨리 완성하면 선착순으로 육아용품 체험 팩을 받는 등 커머스와 연계된다. 여성의 건강 니즈를 바탕으로 한 솔루션과 엄마이면서 여성인 타깃 고객의 심리를 정교하게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한 차별적인 커머스 모델이라고 보인다.
기업들도 관심 갖는 쉬코노미 시장
더패밀리랩의 문제의식과 솔루션은 여성 주체 소비활동인 ‘쉬코노미’(SHEconomy)에 대응하는 B2B 니즈 또한 충족하고 있다. 헤이마마가 대상으로 하는 ‘엄마인 여성’은 자녀와 남편뿐만 아니라 노부모까지 챙기고 구매 관련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강력한 소비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에 농심, 교보생명 등 대기업과 콘텐츠 협업을 이어가고 있고 SI(전략적 투자자)인 아이센스와도 임신성 당뇨 챌린지를 기획·운영하는 등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헤이마마는 다양한 문제 중에서도 여성의 자존감에 영향을 주는 몸매와 체중 관리,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성적인 통증과 복압성 요실금 등 근골격계 회복에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출산 여성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 중 하나인 ‘뱃살’의 회복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고려대학교 구로병원과 함께 ‘출산 후 여성의 복벽 기능 부전 및 복직근이개 회복 효과성 검증’을 주제로 성공적인 임상 연구도 완료했다. 관련 논문은 올해 중 나올 예정이다.

더패밀리랩이 다루는 여성의 문제는 심각한 정보 비대칭에 놓여 있다. 바쁘고 민망해서, 수술 권유가 두려워 병원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도 많다. 어렵게 병원에 방문하더라도, 여성 몸의 니즈를 통합적으로 케어하는 병원은 아직 부족하다. 하 대표는 “여성들이 건강과 관련해 더욱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여성 전문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며 여성 건강의 회색지대를 없애겠다는 포부를 자신 있게 밝히고 있다.

주변에서는 ‘아이를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다’는 말이 많다. 필자 역시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늘 꽃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며 다양한 주변의 삶을 인정하고 이해하게 됐고, 삶에 대한 더 큰 애착과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모두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여성이라면 헤이마마 솔루션과 함께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임신과 출산 이후에도 건강한 몸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말이다. 지금 만약 이 글을 읽으면서 손목을 돌리고 있거나 허리에 뻐근함을 느끼고 있다면, 헤이마마 앱을 켜고 손목 스트레칭과 허리 마사지를 따라 해 보기를 진심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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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령 블루포인트 수석심사역 ㅣ 블루포인트 헬스케어팀에서 초기기업 발굴·투자·육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블루포인트 합류 전엔 한국바이오협회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며 △바이오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기획·개발 △벤처기업 글로벌 진출 연계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초기 기업 육성 등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전주기적 성장을 지원했다. 지금은 우리와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가치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할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