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난 91세 원폭 피해자 "이런 날 위해 여기까지 살아왔구나" [G7 정상회의]

입력 2023-05-21 11:27
수정 2023-05-21 11:34


“재일동포로, 원폭 피해자로 이런 날을 맞이한 것에 몇 번이고 눈물이 났습니다.”

재일동포 박남주 할머니(91)는 지난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 후 이같은 소회를 전했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에 다른 원폭 피해자들과 동행했다.

박씨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될 때 12살이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빛이 번쩍 번쩍하면서 불덩어리가 (당시 타고 있던) 전차를 확 덮쳤고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고 술회했다. 당시 8만여명의 조선인 중 5만여명이 피폭을 당했고, 3만여명이 사망했다.

박씨 가족은 행방불명된 외삼촌을 찾기 위해 귀국을 포기하고 히로시마에 남았다. 이후 조선인이라는, 그리고 피폭자라는 편견과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히로시마를 방문한 첫날인 19일 박씨 등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과 간담회를 했다.


한국 대통령이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제가 정부를 대표해서 여러분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씨는 만남 이후 “그날 대통령께서 의자를 움직여 앉혀주셨던 것이 너무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날을 위해, 이런 보람을 느끼려고 여기까지 살아왔구나”라고 감회를 전해왔다.

만남 당시 윤 대통령은 고령인 박씨의 건강을 걱정하며 “저희가 모실테니 한국에 꼭 한 번 와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곧 출범하는 재외동포청이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 초청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히로시마=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