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진단을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스(FT)의 미래 한국에 대한 경고 보도는 섬뜩하다. 유별나게 빠른 고령화로 경제가 추락해 2050년에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급속히 늙어가는 한국을 향해 신용등급 추락이라는 재앙이 올 수 있으니 지금부터 대비하라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라는 충고는 연금·의료비 부담 줄이기, 국가채무 감축 등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경고가 무서운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러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고질병을 국제사회도 그대로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투자기피 국가’가 된다는 공개 경고다. 국제 신평사들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주로 지적했고, 중국·대만도 거론하기는 했다. 하지만 한국이 더 절박한 상황이다. 노동개혁을 비롯한 국가적 당면 과제의 회피, 미래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재정 악화에 대한 태무심, 최단시간에 세계 최고령국가로 가면서도 땜질식 임기응변뿐인 우리 현실이 그렇다.
차제에 돌아볼 것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덫’에 갇힐 위험성이다. 아일랜드 캐나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소득 3만달러에서 몇 년 만에 4만달러로 넘어가 고도경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은 이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2005년 3만달러에 도달했으나 아직도 그 수준이다. 기본소득을 내세운 좌파의 득세와 정치권 전반의 포퓰리즘 경쟁, 팽창 재정이 초래한 구조적 저성장, 유럽 최악의 고령화, 노조의 득세가 얽히고설킨 결과다. 뒤늦게 노동개혁에 나섰으나 이 나라 정치가 제대로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2017년 3만달러 진입 이후 6년째 그대로인 한국이 딱 그대로다.
이번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도 한국이 초청받아 선진국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이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퇴행의 정치는 매사 싸움질이고 경제도 성장동력을 잃어버리면 냉정한 국제무대에선 설 자리가 없어진다. 남유럽 재정위기국 쪽이냐 미국과 서유럽국의 발전 모델이냐의 중대한 기로다. 신평사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신용등급에 손대기 시작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