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9일 17: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건설 및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건자재 제조사인 KCC는 16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3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확보했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여파로 주택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관련 업종들의 회사채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C(신용등급 AA-)는 이날 16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열었다. 3년물 1300억원과 5년물 300억원 규모다. 3년물에 4450억원, 5년물에 90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되는 등 ‘완판’에 성공했다.
KCC는 지난해 4월 이후 회사채 시장에 복귀했다. 당시 1500억원 모집에 6600억원의 주문을 받아 3000억원을 조달했다.
한국신용평가는 KCC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매기고 있다. 양다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는 국내 주택경기 침체로 비우호적인 전방 업황이 전망된다”며 “다만 증설된 단열재 공장의 가동, 고부가제품 매출비중 확대, 실리콘 수요처 확대 등으로 비슷한 수준의 외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됐지만 A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난 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CC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49.2% 감소한 758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외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 실리콘 수요·가격 약세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신탁사도 회사채 시장에 등판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신탁(A-)은 오는 22일 2년물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18일 한국토지신탁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부동산 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사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KCC건설은 지난달 19일 열린 9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됐다. 이후 KDB산업은행 인수 등을 통해 900억원을 발행했지만 이 회사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최대 160bp(bp=0.01%) 높은 고금리가 책정됐다.
사모채로 우회하는 건설사들도 있다. BBB급 신용도를 갖춘 동부건설은 지난 3월 사모채 시장에서 6개월물과 1년물 140억원 연 10% 금리에 조달한 데 이어 지난 12일 6개월물 30억원을 연 9%에 찍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