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자산운용사 아문디 "미국자산 팔고 중국에 투자한다"

입력 2023-05-19 17:35
수정 2023-05-1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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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형 자산운용사인 프랑스의 아문디가 미국 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중국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빈센트 모티에 아문디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자산 포트폴리오를 명확하게 서쪽(미국)에서 동쪽(중국 등 아시아)으로 전환했다"며 "(올해)중국, 인도, 인도네시아가 각각 5~6%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우량기업이 저평가됐지만 미국 시장은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데도 너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아문디는 작년 12월부터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줄여 중국과 인도의 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고 올 들어선 이 같은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아문디는 운용자산(AUM) 2조1000억유로 규모의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며, 국내에도 농협 금융과의 합작해 설립한 NH-아문디자산운용을 두고 있다.

지난 1월엔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하자, 미 공군 장성이 2025년에 미·중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발언하자 중국 채권을 파는 투자자가 늘었다. 그러나 아문디는 이 같은 지정학적 요소를 리스크로 판단하지만 중국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모티에 CIO는 "미국이 중국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도 미국에 대응해 압박을 가하거나 협상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문디는 중국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모티에 CIO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행인의 신용도를 보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회사채를 매각해왔다"며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을 투자하면 1달러를 50센트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모티에 CIO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산업생산 지수도 부진한 결과를 내놨음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중국 증시 CSI300 지수가 1월 최고치보다 5.7% 하락했다. 모티에 CIO는 "데이터는 실망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통계 집계 방식의 변화 등 세부적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나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시장은 낮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하, 수익 증가, 연착륙이라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기초해 오른 주가가 유지되고 있지만 금융 상황이 긴축되면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4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4%로 물가 상승 압력이 될 전망이다.

모티에는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약 3~4%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통화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그는 올해 미국 국채 디폴트에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모티에 CIO는 "우리는 심지어 약간의 기회를 이용해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