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소부장을 부탁해"…송도에 공장 짓는 글로벌 기업 [남정민의 붐바이오]

입력 2023-05-20 08:23
수정 2023-05-20 08:32


‘K-바이오’ 생산능력이 올라가고, 연구분야가 다양해질수록 주목받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입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특히 소부장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세포배양백이나 바이오의약품 정제 필터는 땅에서 광물처럼 뚝딱 캐낼 수도 없습니다.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장비인 만큼 기술 진입장벽도 높고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미국, 유럽에 비해 바이오 후발주자인 한국 원부자재 국산화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가운데 바이오 소부장 ‘선두주자’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 싸토리우스가 인천 송도에 수억달러를 투자해 바이오 공정시설을 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싸토리우스가 한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럽 대표주자 '싸토리우스', 송도에 7500평 바이오 공정시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데 있어 송도에 싸토리우스라는 독일 기업이 6억불 정도 투자하려고 한다.

-지난 17일 한덕수 국무총리 기자간담회 중

1870년 독일에서 설립돼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싸토리우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소부장 기업입니다. 경쟁자로는 독일 머크, 미국 써모피셔 등이 있습니다.

싸토리우스가 생산하는 품목은 △세포를 배양하는데 필요한 첨가물과 일회용 백, △바이오의약품을 정제·저장할 때 사용되는 필터 바이알, △혼합물을 분리하는 멤브레인 등이 있습니다. 모두 바이오의약품 특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에게 필수적인 품목입니다.

특히 세포배양 일회용 백의 경우 싸토리우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입니다. 일회용 백 안에 세포를 넣고 산소나 이산화탄소 농도, pH 등 다양한 조건을 맞춰주면서 세포를 키워내는 식입니다. 세포를 배양할 때는 대규모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를 쓸 수도 있지만 빠르고 저렴한 제조가 필요한 경우 일회용 시스템이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통상 스테인리스 바이오리액터의 경우 초기 비용이 일회용 시스템에 비해 70% 가량 비싼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상업화를 위해 약 2만L의 바이오리액터를 사용하는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시설에는 여전히 스테인리스 스틸 장비 기반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최근에 상업화 이전 연구개발단계에서조차 일회용 기반 시스템 사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중략)
특히 CMO 기업은 일회용 시스템 도입의 선두주자다. 일회용 시스템이 제공하는 빠른 공정 회전율과 유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소형 자동화 제조시설에서 시간, 비용 및 인력을 줄이기 위해 효과적이면서 속도 등을 향상시키는 솔루션으로 일회용 시스템을 활용하는 바이오 산업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바이오협회 'Bio Economy Brief' 126호
"안정적 원자재 조달로 바이오의약품 제조원가↓"송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원부자재를 주기적으로, 그것도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모여있습니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CDMO 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싸토리우스가 미국 유럽 외 생산거점을 찾던 중 한국을 낙점한 이유입니다.

싸토리우스는 2만4434㎡(약 7500평) 규모의 바이오 공정시설을 송도에 짓습니다. 2025년 하반기까지 준공이 목표입니다.

원부자재 공장이 바로 옆에 들어오면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습니다. 불안정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세포 배양 배지 등 핵심 품목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미국 일본 등이 주요 품목 수출규제에 나서자 일부 국내 CMO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한 글로벌 바이오 원부자재 기업이 송도에 투자하기 앞서 가졌던 미팅 자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송도 투자로) 국내 기업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바이오의약품 제조원가가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해외에 있으면 원자재 수급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부터 걱정해야 하는데, 송도 안에 있으면 물류비도 절감되면서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큽니다.

또 송도가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하려면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큰 기업도 들어와서 생산시설을 짓는 게 중요한 만큼 여러모로 의미있는 투자라고 생각됩니다.

-송도의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
싸토리우스의 투자는 기존 1억달러 규모에서 한국의 이점이 부각되며 점차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싸토리우스를 시작으로 다른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한국行’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 3일 싸토리우스의 경쟁사인 독일 머크는 대전에 바이오 공정시설을 짓기로 했습니다.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선 국내 바이오 국산화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바이오 소부장 시장은 해외 소수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그들에게 끌려다닐 위험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R&D 및 제품 인증을 위한 투자비용이 크고, 이미 장악된 시장을 다시 뚫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국가 차원의 생태계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