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18일(현지시간)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를 오가는 여객·화물 운송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반도체 등 주요 상품의 운송이 한 회사에 몰리면 공급망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이는 미국 정부가 외국 항공사 간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건 첫 번째 사례가 된다. 폴리티코는 "미국은 한국 내에서 두 항공사의 행위에 대한 관할권이 없지만 미국 내 경쟁에 대한 피해를 근거로 합병을 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소송이 한·미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도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미국 정부 한 관계자는 "법무부 반독점부서는 거래의 경쟁적 영향에만 관심있지만 국무부 동아태국과도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법무부가 소송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각국의 규제승인을 통과하기 위한 대한항공의 노력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막판 변수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인수를 발표한 뒤 12개국 중 9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표해 "두 회사의 인수는 유럽경제권과 한국 간 여객·화물 운송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