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쓰레기통 뒤진 두 살배기 사망…부모는 '네탓공방'

입력 2023-05-19 07:35
수정 2023-05-19 08:01

배가 고파 쓰레기까지 뒤진 두 살배기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와 계부에게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A씨와 계부 B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8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두 사람은 2021년 10월부터 약 5개월간 딸에게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학대·방임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3월 3일 사망할 당시 딸은 생후 31개월에 불과했다. 더욱이 부부는 생후 17개월 아들도 딸과 함께 방임해 영양실조·발육장애를 앓게 한 혐의도 받았다.

두 사람은 아동수당 등을 수령하면서도 "돈이 없다"며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친구들을 만나서 놀거나 PC방에 가서 게임을 했다. 길게는 25시간가량 아이들을 집에 방치하기도 했다.

딸이 굶주림을 참지 못해 쓰레기를 뒤지며 먹을 것을 찾자 B씨는 아이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1심 법원은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과 공포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며 두 사람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두 사람은 '네 탓 공방'을 벌였다. A씨는 "남편이 때리는 바람에 숨진 것이지 굶긴 탓이 아니다"라고 했다. B씨는 자신이 아동복지법상 '보호자'가 아니어서 아동학대살해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항소심 법원은 "유기 행위를 지속하면서 상대방의 행위를 제지하지도 않았다"며 두 사람이 공모해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앞선 재판부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두 사람의 상고를 기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