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원 조성은 꿀벌 실종을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꼽힌다. 잘 먹어야 기후변화나 농약 등에 버텨내는 면역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꿀벌 실종이 처음 보고된 후 매년 3800ha의 밀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꿀벌이 연중(3~10월) 채밀할 수 있는 다층형 복합 밀원 숲을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철의 안동대 교수는 “지난 50년간 감소한 밀원 면적과 현재 한국에 사는 꿀벌 수를 고려하면 30만ha가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 수준으로는 이를 되돌리는 데 100년 넘게 걸린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국·공유림 중심인 밀원 조성 정책을 사유림으로도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시 내 공원을 늘리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아까시나무 외에 다양한 식물을 심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벌마다 입 모양이 달라서다. 재래꿀벌은 아까시꽃에서는 꿀을 잘 채취하지 못한다.
민간에서도 꿀벌 실종을 막기 위해 밀원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금융그룹은 기후변화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케이-비(K-Be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강원 홍천에 10만 그루의 밀원수 묘목을 심을 예정이다. 꿀벌에 먹이를 제공하는 밀원수를 많이 심어 숲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해 숲 조성을 위한 부지 정리와 기반시설 설치를 마쳤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묘목을 재배하는 식재·양묘 과정을 진행 중이다. 최근 이상 기후로 전국에서 동시에 꽃이 피고 개화 유지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헛개나무와 백합나무, 쉬나무 등 다양한 묘목으로 밀원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KB금융은 밀원 숲 조성으로 꿀벌 생태계가 복원되고 양봉이 가능해지면 현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서울 창경궁 일대에 밀원수로 이뤄진 궁궐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김보형/강영연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