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ESG는 경영계의 화두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업의 영역에만 머무른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변화를 줄 새로운 ESG 평가 모형이 개발됐다.
경희대학교는 16일 자체 개발한 ‘공공 ESG(P-ESG) 평가 모형’을 공식 발표했다. 발표는 경희대 중앙도서관 1층 컨퍼런스룸에서 개최된 ‘ESG 위원회 출범식 및 공공 ESG 평가 발표회’에서 이뤄졌다.
이날 행사는 △총장 축사 △외빈 축사 △ESG 위원회 출범 소개 및 활동 계획 △공공 ESG 평가 모형 소개 및 지자체 평가 결과 발표 △토의 및 질의응답의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경희대 한균태 총장과 부총장단 및 교무위원과 세계은행 박인혜 애널리스트, 김경율 회계사 등이 참석했다.
한균태 총장은 축사를 통해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 등으로 인류 문명의 향방을 찾기 어려운 문명 전환기를 맞이했다. ESG 위원회의 출범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중요한 결정이다”며 “경희대는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원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학문과 평화라는 두 바퀴를 통해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는 지구 공동사회를 추구해왔다. 이런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경희대는 ESG 경영을 추구하며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고 위원회 설립 이유를 밝혔다.
한균태 총장은 이어 “우리 대학의 ESG 위원회는 대학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나아가 인류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거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공공 ESG 평가 모형 ‘P-ESG’ 평가 지표 및 결과 발표… 종합 결과 서울시, 세종시, 제주도 순
공공 ESG 평가 모형 소개 및 지자체 평가 결과 발표는 국제학과 오형나 교수가 맡았다. 지난해부터 약 12개월 동안 연구를 수행했고, 평가 모형에는 ‘P-ESG’라는 명칭을 붙였다.
오형나 교수는 “인류는 메가 리스크와 대혼란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는 역으로 우리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기회와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사회는 SDGs, 파리협정 체결 등을, 중앙정부는 NDC, 2050 탄소중립, 포용성 정책을, 기업은 ESG를 그 대응책으로 추구하고 있다”며 “전환의 주요 단위인 지역과 도시의 기후변화 또는 지속가능성에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글로벌 지표가 부재하다. 이는 대전환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경희대가 P-ESG 지표를 개발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지역과 도시, 그리고 지자체의 ESG 활동과 성과를 평가하려 했다”고 밝혔다.
전환의 주요 단위가 도시와 지역이며, 그 지자체의 능력이 결국 우리 사회가 문제에 대응하는 성과로 연결된다는 연구팀은 90개 이상의 시계열 자료를 평가에 활용했다. 90% 이상이 공공 데이터나 공개된 판결문, 또는 3자 평가 데이터다. 평가 지표는 E, S, G 분야별로 각각 32개, 28개, 30개의 세부 지표로 나눴다. 세부 지표 E는 △기후변화 △오염물질 배출 △자원관리 △환경관리 △환경평판, S는 △인구/경제 △주거/안전 △사회/인프라, G는 △전략과 정책 △행정성과 △재정관리 △이해관계자 △내부통제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분류돼 관리한다.
연구팀은 지표 간 가중치를 조정하기 위해 ESG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52명의 FGI (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세부 지표의 가중치를 결정했고, 세부 지표의 적정성, 추가 지표 필요성, 해외 지표 구성에 대한 자문 등을 수렴했다. 유형별 지표 값은 기업의 ESG 평가기관의 평가 방법론을 적용해 최종 결과를 도출했다.
평가 결과 종합 순위에서는 서울시가 1위를 차지했고, 세종시와 제주도가 뒤를 이었다. E, S, G별 결과는 E분야에서 제주도가 1위, 서울시가 2위를 기록했다. 제주도는 기후변화와 오염물질 배출, 환경관리, 자원관리 등에서 모두 고르게 높은 결과를 받았다. 서울은 환경 평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S분야에서는 세종시가 1위를, 전북이 2위를 차지했다. 세종시는 인구 및 경제, 주거 및 안전, 사회 및 인프라 등 지표가 모두 높았고, 전북은 사회 및 인프라와 주거 및 안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G분야에서는 서울시가 1위, 경기도가 2위의 결과를 받았다. 서울시는 투명성과 이해관계자, 전략과 정책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았고, 경기도는 내부통제, 투명성, 행정성과 등이 높았다.
오형나 교수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와 지자체, 정부가 사회적·환경적 리스크와 과제를 평가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화된 접근법을 제공해 보다 나은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게 유도할 것”이라며 “이러한 접근은 결과적으로 유엔의 SDGs 달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ESG 위원회, 환경·사회적책임·투명경영 등 하위 그룹으로 교육과 연구를 사회적 실천으로 확대
ESG 위원회 위원장인 권오병 (서울)학무부총장은 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방향을 소개했다. 경희대 ESG 위원회는 총장 직속 기구로 국내외 석학 및 ESG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와 교내·외 구성원으로 이뤄진 ‘ESG 경영연구자 Working Group’ 등의 지원을 받는다. ESG 위원회에는 교내 주요 보직자와 외부 전문가 집단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환경위원회’, ‘사회적책임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DEI 사무국’ 등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위원회는 담당 정책을 수립·추진한다. 환경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운영 등 환경 정책, 사회적책임위원회는 창학정신에 기반한 대학의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한 정책, 투명경영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교육·연구 정책을 담당한다. DEI 사무국은 ESG 위원회의 운영을 지원하는데 경희대 내부 유관부서의 ESG 정책 수행 업무를 지원한다.
권오병 학무부총장은 “경희대 ESG 위원회는 오늘 출범식을 통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다. 그 시작은 오늘 발표하는 ‘공공 ESG 평가’다. 관련 내용의 국제 공표도 이어진다. 올 6월 호주 골드 코스트에서 개최되는 ‘2023 에코 서밋(Eco Summit)’에서 공공 ESG 평가 지표를 발표한다”며 “그 이후에는 아세안 국가의 공공 ESG를 평가해 발표할 것이다. 경희대 ESG 위원회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오병 학무부총장은 이어 “ESG 위원회는 학생, 교수, 직원 등 경희 구성원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며 구성원의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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