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가장 안전한 차' 강조-'화재' 우려에 몰래 배터리 성능 낮추고 개선 때는 '돈 받아'
문제는 소비자에게 인위적인 배터리 성능 저하를 알렸느냐다.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는 고지를 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이 OTA를 통해 모델 S의 배터리 전압을 낮췄다. 이때가 2021년이고 결국 소유자에게 190만달러(한화 약 25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년 후, 이번에는 모델 S 및 모델 X 소유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OTA를 통한 무선 업데이트가 전기차 성능 향상은 커녕 오히려 1회 충전 주행거리를 20% 단축시킨 것도 모자라 배터리 고장 가능성을 높였다며 샌프란시스코 지방 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게다가 성능을 다시 회복하려면 최대 750달러(한화 약 100만원)를 내야 하고 고장에 따른 배터리 교체에는 2,000만원이 소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테슬라가 무선 통신에 연결될 때마다 운전자 동의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시행한 것부터 잘못된 행위라고 지적한다. 다른 자동차기업들이 업데이트 진행에 앞서 소비자에게 선택 여부를 묻는 절차를 테슬라는 생략했다는 것이다. 운전자 몰래 업데이트를 하고 인위적으로 배터리 성능을 낮추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일론 머스크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테슬라는 가장 안전한 차'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 확보의 배경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언급했다. 수시로 지능 수준을 높여 자동 비상 제동 시스템과 에어백 작동 방식 등을 개선한다고 말이다. 동시에 테슬라의 자율주행을 언급하며 사람 운전보다 10배 안전하다는 자신감도 나타냈다.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와 소비자 사이의 간극은 무선 업데이트의 고지 여부와 내용이다. 테슬라는 배터리 안전성을 위해 출력 전압을 낮춘 것 자체가 소비자 보호라고 강조하지만 소비자들은 왜 그런 내용을 알리지도 않고 제조사 마음대로 조정했냐고 되묻는다. 애초 자동차를 구매할 때부터 수시로 배터리 성능을 제조사가 OTA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했고, 실제 업데이트가 이뤄질 때 소비자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구매할 때는 소비자에게 '1회 충전 후 최장 주행거리', '최고 모터 성능' 등만 강조될 뿐 성능과 주행거리가 안전상의 이유로 조정된다는 얘기를 애써 감추었다는 것 자체를 의심한다. 게다가 자신들이 안전을 이유로 저하시킨 배터리 성능을 다시 높이려면 추가로 돈을 내라고 하는 것 자체는 '사악한 일'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테슬라의 OTA 무선 업데이트 논란은 자동차 품질 향상을 위해 도입된 '리콜(recall)' 제도의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소비자기본법 48조에 규정된 리콜은 '소비자에게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자가 스스로 또는 강제적으로 물품 등의 위해성을 알리고 해당 물품 등을 수거, 파기, 교환, 환급하는 제도'다. 따라서 법률적 관점에서 테슬라 배터리의 발열 위험은 재산상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위험 요소다. 그래서 제조사는 대책으로 배터리 성능 저하라는 자발적 조치를 시행한 셈이다. 그런데 법에선 리콜이 이뤄질 때 해당 내용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강제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처럼 무선 업데이트로 조치를 취했고 리콜이 아닌 프로그램 개선으로 판단해 소비자 고지 의무를 위반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소유자 안전'을 위한 조치인 만큼 일일이 고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최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옵션 활성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소프트웨어 기능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내 갖가지 기능의 통제권이 소비자로부터 제조사로 옮겨오는 중이다. 일례로 여름에는 에어컨 기능을 사용하고 겨울에는 열선만 사용하는데 매월 일정 비용을 지불한다. 물론 처음 구매할 때 에어컨과 열선 기능 모두를 살 수도 있다. 동시에 배터리의 성능도 향상과 저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 확장 측면에서 시도된다. 그런데 테슬라는 고지를 하지 않았고 안전을 위해 배터리 성능을 제한했다.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일인가 아니면 분명하게 제도를 정립하고 가야 할 일인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후자를 지목한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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