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경복궁 패션쇼 이후 밤늦게까지 진행된 뒤풀이 행사가 큰 소음을 유발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구찌 측은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궁 근정전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한 후 인근 건물에서 뒤풀이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밤 10시께 트위터에 인근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네티즌 A씨는 "소음 공해 신고는 어떻게 하나"라고 토로하며 구찌 뒤풀이 행사장 사진을 공유했다. 그는 "10배 줌으로 찍은 거다. 내 방까지 음악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스피커를 밖에 설치한 것 같은 정도다. 심지어 레이저 불빛까지 번쩍거린다"고 설명했다.
약 두 시간 뒤인 자정께 A씨는 다시 트윗을 올려 "나 진짜 정신병 걸릴 것 같다. 왜 저렇게 외부에까지 소리를 울리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여기 사람 사는 곳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명품 회사답게 굴면 안 되는 거냐"고 비판했다.
그가 첨부한 영상에 따르면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 큰 소음이 이어졌다. 통유리를 통해 건물 내외부 불빛도 번쩍였다. A씨는 "거의 2~3시간째 저러고 있다"며 "참다 참다 어머니가 경찰서에 신고하셨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날 소음 신고로 인해 경찰도 출동했다. 또 다른 네티즌 B씨는 17일 새벽 1시30분쯤 트위터에 글을 올려 "밤 12시 다 되도록 쿵쾅쿵쾅하더니 마침내 경찰이 출동했다. 뭐지 싶었는데 경복궁 구찌쇼 애프터파티라더라"면서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경찰 출동으로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지는 모습이 담겼다. 호루라기 소리가 이어지며 경찰이 현장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비판이 쇄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쇼 멋있게 해놓고 뒤풀이로 욕먹는다", "평일 저녁에 저게 웬 민폐냐", "명품이 뭐라고 일반 시민들이랑 무슨 상관이냐", "루이비통은 잠수교에서 패션쇼 열면서 교통 통제로 난리더니 구찌는 소음 공해냐" 등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구찌가 이날 선보인 패션쇼는 아시아에서 여는 첫 크루즈 패션쇼였다. 기존에 덕수궁, 창덕궁 등 다른 궁궐에서는 크고 작은 패션쇼 행사가 열린 적 있으나, 경복궁의 중심 건물이자 국보인 근정전 일대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패션쇼에는 구찌의 앰버서더(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배우 이정재, 김혜수, 김희애 등과 그룹 뉴진스 하니를 비롯해 연예·패션계 관계자 등 약 570명이 참석했다. 또 엘리자베스 올슨, 다코타 존슨, 시어셔 로넌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방한해 쇼를 즐겼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