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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기대를 모았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올 해 말 고객에게 인도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점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기가팩토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 나와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사이버트럭을 양산해 드디어 올해 말 인도할 수 있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이버트럭은 내가 매일 운전하는 차가 될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사이버트럭은 2019년 처음 공개되며 전기차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존 테슬라의 전기차가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SUV)에 치중돼있었기 때문에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픽업트럭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이다. 당초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이 2021년 말 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개발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출시가 2년 가량 늦어지게 됐다.
사이버트럭의 생산 속도가 본궤도에 오르면 생산량은 연 25만~5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구체적인 생산계획도 밝혔다. 머스크는 "새로운 공법으로 생산하는 만큼 생산비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 사이버트럭을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버트럭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생산량을 충분히 늘려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거시경제 둔화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머스크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향후 12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파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테슬라는 이전보다 나은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로 인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테슬라는 시장 주도자의 위치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머스크는 "테슬라 모델Y가 올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는 SUV인 모델Y의 가격을 수차례 인하하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모델Y의 가격은 미국 신차 평균 가격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440달러에 인수한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대해서 머스크는 "트위터는 단기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심장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린다 야카리노 전 NBC유니버설 광고 임원을 트위터의 새 CEO로 임명했다. 이후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 경영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주총 참석자가 테슬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서 묻자 머스크는 "그렇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테슬라는 인공지능(AI)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옳은 방향으로 개발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가 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금까지 모든 기술기업 가운데 가장 발전된 실질적인 AI를 보유하고 있다"며 기술 수준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동안 신중한 AI 개발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왔던 머스크는 AI 개발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테슬라 CEO 자리를 넘기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날 주총에선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JB 스트라우벨 현 레드우드머티리얼즈 CEO를 새로운 이사로 임명했다. 레드우드머티리얼즈는 지난해 파나소닉과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스트라우벨이 다시 테슬라 이사회에 입성하면서 향후 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에너지 관련 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166.52달러로 0.1% 올랐으며 주주총회가 열린 뒤 시간외 거래에서 1.22% 오른 168.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