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 지도부가 또다시 부채한도 합의에 실패하며 다음달 미국이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순방 일정을 단축하기로 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예정된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순방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22일 파푸아뉴기니와 24일 호주를 각각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미 의회 지도부와의 두 번째 부채 한도 협상이 재차 결렬되자 추가 협상을 할 시간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해외 순방을 예정대로 마치고 돌아오면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경고한 디폴트 시한인 다음달 1일까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순방 취소 결정은 중국에 대항해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했던 미 행정부의 노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은 캔버라에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등 호주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최초의 미 대통령이 될 예정이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 협상을 열었지만 합의를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다만 매카시 의장은 회동 이후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양측은 정부 지출 중 어떤 부분을 삭감할지를 두고 아직 대치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사상 초유의 미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이날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9% 수준까지 뛰었다. 지난 3월 은행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이날 미 상위 기업 최고경영자(CEO) 140여명은 공개서한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에 “잠재적 재앙이 될 미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해달라”고 촉구했다. 골드만삭스와 화이자, 모건스탠리, 메이시스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서한에서 은행 위기로 이미 경제에 스트레스가 가해진 상황이라며 “국가가 디폴트에 빠지면 훨씬 나쁜 일들이 발생할 것이며,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우리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1년 정치권이 부채 한도를 놓고 대립했을 때 뉴욕증시가 17% 폭락했던 점도 짚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