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직전 반기 대비 가입자 증감률이 처음으로 1%를 밑돌았다. 관련 업계에선 서둘러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IPTV·종합유선방송(SO)·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4만839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0.67% 증가한 수준이다. 직전 반기 대비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가율이 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료방송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IPTV를 비롯해 유료방송 시장 전반이 성숙기에 들어갔음이 지표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은 결혼·이사가 활발해야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는 구조”라며 “혼인 감소 추세에 부동산 시장 거래까지 주춤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유료방송을 보지 않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1인 가구 사례도 부쩍 늘었다. 이미 미국에선 OTT를 이용하면서 기존 IPTV, 케이블TV를 해지하는 ‘코드 커팅’이 일반적이다. 국내 시장도 미국을 닮아가고 있다. ‘TV가 있으면 IPTV를 가입한다’는 공식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마케팅 예산을 줄일 수는 없다. IPTV는 상품권과 경품 등을 활용해 가입자를 빼 오는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예산을 줄이면 그만큼 점유율에서 손해 보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1위 사업자 KT도 올해 마케팅 비용을 전년보다 늘려 잡았다.
유료방송업계는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영역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 사업인 ‘어드레서블 TV 광고’가 대표적이다.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셋톱박스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기법이다. 같은 시간에 동일 채널을 틀어도 가구마다 다른 광고를 노출하는 형태다. 평소 아동 프로그램 시청이 많은 가구엔 학습지 브랜드, 장난감 광고 등을 내보내는 식이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2021년 8월 어드레서블 TV 광고 통합 플랫폼을 공동 구축,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광고 타기팅 정밀도를 높이고 이용 채널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가입자 수 기준)은 KT가 878만3984명(24.23%)으로 가장 높다. SK브로드밴드(IPTV)와 LG유플러스가 각각 17.71%, 14.79%로 2, 3위를 기록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