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이 올 1분기에 올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기업은 1년 새 100곳 넘게 늘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 ‘3중고’의 충격이 실적에 여실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사 622곳의 올해 1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697조37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5조1657억원으로 같은 기간 52.8% 감소했고, 순이익은 18조8424억원으로 57.7% 줄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3.6%로 전년 동기(8.1%)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1분기 기준 최저 기록이었던 3.9%(2020년 1분기)보다 0.3%포인트 더 낮다.
매출 비중의 9.1%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영업손실이 가장 큰 한국전력을 제외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두 기업을 뺀 매출은 8.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6%, 43.4% 줄었다.
코스닥시장도 마찬가지다. 코스닥 상장사 1115곳의 1분기 매출은 67조60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조4902억원, 2조4950억원으로 42.2%, 26.3% 줄었다.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어든 유가증권시장 업종은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다. 전기전자업종은 1분기 38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고, 순이익은 98.3% 급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반도체 업종은 영업이익이 84.1% 급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실적은 2분기에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가증권시장 의료정밀업종은 매출이 70.2% 급감했고 영업손익과 순손익이 모두 적자 전환했다. 코스닥 제약업종도 영업이익이 93.1% 줄었다. 코로나 방역 지침이 크게 완화된 게 영향을 미쳤다. 반면 자동차·2차전지가 주를 이루는 유가증권시장 운수장비업종은 영업이익이 124.6% 증가했다. 코스닥 운송장비·부품업종도 영업이익이 118.0% 증가했다.
적자 기업은 증가했다. 상장사(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1737곳 중 올 1분기 영업이익 적자인 기업은 617곳(35.5%)에 달했다. 전년 동기 499곳(29.8%)과 비교하면 118곳 늘어난 것으로 상장사 세 곳 중 한 곳이 적자를 낸 셈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높은 금리와 물가로 생산비용 부담이 커져 기업 수익성이 매우 나빠졌다”며 “이런 상황은 최소 2분기까지 이어져 연간 실적도 역성장할 것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문형민/배태웅 기자
▶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 2023년 1분기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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