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갚아 살해했다던 대부업자, 정반대 28억 채무자였다

입력 2023-05-17 17:45
수정 2023-05-17 17:46

거액의 빚을 갚지 않은 채무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던 대부업자의 거짓말이 검찰 수사로 들통났다.

거액의 빚을 갚지 않은 것은 반대로 이 대부업자였고, 검찰 수사 결과 계획적 살인이었음이 드러난 그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권현유 부장검사)는 애초 우발적 동기로 살인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대부업자 A씨(39) 사건을 보완 수사한 결과 그의 살인이 계획적 범행이었음을 밝혀냈다고 17일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29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피해자 B씨(37)를 둔기로 살해한 뒤 범행 2시간 후 영등포경찰서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피해자 B씨가 자신에게 27억원의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였으나 이를 갚지 않는데 화가 나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살인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와 함께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 수사 결과, A씨의 진술과 반대의 상황이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휴대폰에 담긴 2000개 분량의 녹음파일과 5년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23개 계좌의 거래내용을 확인하는 등 보완 수사를 벌였다. 또 당시 A씨가 우발적 범행 후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무실 빌딩 옥상에 대한 현장검증도 진행했다.

그 결과, 자신이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던 A씨가 오히려 B씨에게 거액의 빚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A씨는 B씨에게 28억5000만원의 빚을 졌고,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범행 후 사무실 빌딩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했다는 A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사무실 빌딩 옥상은 사람이 붐비고 담장이 높아 자살을 시도하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A씨의 구속 만기가 임박한 지난해 10월26일 살인죄로 우선 기소한 뒤 지난 2월2일 보완 수사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공소장을 살인에서 강도살인으로 변경했다.

또 수사 과정 중 A씨가 2021년 4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약 3회에 걸쳐 B씨의 동생에게 높은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1억700만원을 뜯어낸 사실이 확인돼 사기 혐의도 추가 기소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10일 법원은 A씨의 강도살인, 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

다만,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재범 위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검찰은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항소한 상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