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 미국 증시 기관투자자들의 포지션이 대거 공시된 가운데, 빅테크 비중을 확대하는 경향이 포착됐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내며 미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작년 말부터 빅테크 주가와 코스피지수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빅테크 주가가 견조한 때 증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히면서 "주요 국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연초 이후 약 30~90%대의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13F 공시에 따르면 1분기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 주식을 2042만주 추가 매수했다. 애플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46.4%로 연말 38.9% 대비 7.5% 확대됐다. 레이 달리오가 설립한 브릿지워터는 신흥국 ETF에 이어서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중을 늘린 게 확인됐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1분기 애플 51만주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26만주, 아마존 23만주, 알파벳 27만주, 메타 9만주 등을 매수하면서 빅테크 비중을 확대했다.
투자자들의 빅테크 기업 매수 배경에 대해 강 연구원은 "가격과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매력, 경기 침체 우려 상황 아래 안정적 현금창출 능력 및 현금성 자산 보유, 선제적인 구조조정 진행, 향후 금리와 달러의 하락 가능성 등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초 이후 주가 강세로 가격 및 밸류에이션 매력은 떨어졌지만 안정적인 재무, 매크로 환경 변화에 대한 투자 포인트는 여전히 유효한 환경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빅테크 주가는 미국 증시에서뿐 아니라 국내증시에서도 중요하다"며 "작년 11월 이후로 동조 경향이 강해진 만큼, 향후 주가 변화가 증시에 미칠 영향도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